[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올해로 취임 5주년을 맞이한 구광모 LG그룹 대표가 연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특히 고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에 발탁된 인물들이 물러나고 젊은 인재들이 전면 배치되면서 5년 만에 ‘구광모 호’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달 말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2024년도 정기 인사를 확정했다. 이번 인사로 최고경영자(CEO) 3명이 신규 선임되고, 사장 4명 등을 포함해 총 139명이 승진했다.

LG 관계자는 “LG의 내년도 임원인사는 ‘성과주의’와 ‘미래준비’라는 기조를 유지하되 지속 성장의 긴 레이싱을 준비하는 리더십으로의 바통 터치와 분야별 사업경험과 전문성, 실행력을 갖춘 실전형 인재들을 발탁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용퇴다. 지난 1979년 금성사에 입사한 후 LG디스플레이 사장, LG화학 사장,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권 전 부회장은 LG 안팎에서 ‘2인자’로 불렸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권 부회장이 물러나는 것을 끝으로, 구 회장 취임 직후 6인 체제였던 LG그룹 부회장단이 2인 체제로 정리됐다.

구 회장이 취임 직후였던 지난 2018년만 해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 부회장 등 6인 체제로 부회장단이 운영됐다.

이후 2019년 인사에서 박진수 부회장과 한상범 부회장, 조성진 부회장이 물러났고, 2020년 하현회 부회장, 2022년 차석용 부회장에 이어 올해 권영수 부회장까지 LG를 떠나면서 사실상 LG그룹 부회장단의 세대교체가 마무리 됐다는 평가다.

향후 LG를 이끌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권봉석 ㈜LG 부회장은 ‘구광모의 사람’으로 불린다. 신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영입한 1호 인재였고, 권 부회장도 지난 2022년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LG의 ‘구광모 호’가 완성되면서 향후 그룹의 사업 재편 역시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안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미래 먹거리에 저돌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구 대표의 스타일이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구 대표는 지난 2019년 LG디스플레이 조명용 OLED와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2020년 LG화학 편광판 사업을 정리했다. 이어 2021년에는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을 철수하며 ‘예전의 LG가 아님’을 보여줬다. 인화경영에서 벗어나 신상필벌 체제를 택한 것이다. 

현재 구 대표는 취임 후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손꼽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 구본무 회장 시절의 인물들이 물러나고, 5년 만에 구광모 체제가 완성됐다”며 “‘인화경영’에서 벗어나 ‘신상필벌’, ‘미래구상’을 택한 구 대표의 뚝심이 LG의 더 큰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