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들고 있는 한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나 그 원인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관련 사례에서 보듯 선행매매가 횡행하는 한국증시 내부에서 정보력 열위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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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들고 있는 한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나 그 원인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유명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사람들 가운데 한국인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 ETF’(TSLL) 전체 운용자산의 약 35%를 한국인들이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TSLL은 테슬라 주가를 1.5배수로 추종하는 ETF다. 테슬라 주가 상승을 예상한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본주 못지않게 ETF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ETF는 테슬라 주가 하락 시에도 본주보다 1.5배 큰 낙폭을 기록하도록 설계돼 있다.
올 한 해 가장 많은 논란이자 관심의 대상이었던 ‘디렉시온 데일리 20+ 트레저리 불 3X ETF’(TMF)의 경우도 한국인 비중이 27%에 달했다. 이 종목은 만기가 20년 이상인 미국 장기국채 가격을 무려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국채 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즉, 국채금리 하락을 점친 서학개미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올해 초부터 유튜브나 대형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TMF에 대한 긍정적 전망들이 봇물을 이뤘다.
그러나 TMF는 연초 대비 30% 넘게 하락하며 많은 투자자의 계좌에 타격을 입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지난 11월부터는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3배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실질적인 계좌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도 잘 모르는 레버리지 ETF를 한국인들이 주력 매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한국인들의 정보력이 매우 빠르다는 점, 1.5배수나 3배수처럼 다양한 ETF 상품이 한국 증시에 없다는 점, 주식을 복권이나 도박처럼 사행성 심리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히곤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 증시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신뢰성 문제 또한 꾸준히 거론된다. 쉽게 말해 한국 증시는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문제가 꾸준히 거론된다.
국내증시에서 선행매매 의혹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당장 지난 1일 장 마감 후 에코프로비엠이 낸 공시 사례만 봐도 그렇다. 회사 측은 삼성SDI에서 물경 44조원 규모의 수주를 받기로 했다. 이는 다음 거래일인 12월4일에 2차전지 테마를 들썩이게 할 만큼 큰 공시였다.
문제는 ‘기타법인’이 이미 지난달 30일 146억원, 이달 1일 92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이례적인 매수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해당 정보를 미리 취득한 누군가가 선행매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5일부터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앤컴퍼니 사례도 마찬가지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사업형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공개매수 한다고 선언하면서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 조현범 회장 간의 ‘형제의 난’이 다시 발발한 모습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지난 5일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이 사례에서도 선행매매 의혹이 포착됐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별다른 재료도 없이 지난달 21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쉬지 않고 올랐기 때문이다. 상한가를 기록한 지난 5일을 제외하고는 거래대금이 100억원을 넘긴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취득을 통한 주가상승 아니었겠느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같은 증시 선진국에서도 이런 일(선행매매)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의 경우 전반적인 투자 신뢰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선행매매가 흔한 편이고, 이런 환경이 ‘고급정보를 주겠다’는 리딩방 사기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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