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수시장 신차 판매량 감소 추세
日,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 높은 '수입차 무덤'
현대차, 아이오닉5 N·캐스퍼 EV 출시 예고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수출액 1위를 차지하며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볼모지'로 불리는 일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뛰어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전기차와 소형 전기차 등 일본 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8일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일본에서 518대(승용차 기준)를 판매했다. 지난해 등록된 전체 수입차 24만758대에서 점유율은 0.21%에 불과하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1~11월 누적 판매량은 4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1대)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실적 부진을 겪고 2009년 8년 만에 현지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13년 만인 지난해 2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 등 무공해 차량(ZEV)을 내세워 다시 일본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이오닉5는 한국 브랜드 사상 최초로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 중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되는 등 제품의 성능을 높게 평가받았지만 실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 아이오닉5N./사진=현대자동차 제


지난달에는 경차를 선호하는 일본 시장 특성을 고려해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 EV를 내놨다. 코나 EV의 일본 내 판매 가격은 보조금 적용 시 334만엔(약 3000만 원) 정도다. 경쟁 모델인 중국 BYD의 아토3(440만 엔)보다 저렴하다. 현대차는 올 1분기에는 162대, 2분기 66대, 3분기 71대를 판매하며 고전하고 있었지만, 코나 EV 출시 효과로 4분기 판매는 상승세다.

일본은 토요타를 필두로 한 자국 브랜드의 판매 비중이 매우 높아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린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일본 완성차 내수 시장의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내수 시장에서 자국(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판매 비중은 93.4%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다. 2021년 신차 판매량 445만 대 중 일본계 브랜드 판매량이 416만 대로 93.4% 점유율을 기록했고, 기업별로는 토요타(다이하츠 포함)의 점유율이 47.4%로 1위였다. 수입차 판매는 독일 브랜드에 치중돼 유럽·미국·한국 브랜드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 시장 신차 판매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일본 내수 시장의 연간 신차 판매량은 1990년대에 정점에 도달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내수 신차 판매는 1990년 778만 대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00년 596만 대, 2010년 496만 대로 감소했고, 2021년의 판매량 445만 대는 2011년 (421만 대) 이후 10년간 최저치다. 

일본은 현행법 상 자동차는 경차, 소형차, 보통차 등으로 구분되는데 경차와 소형차의 전폭 기준이 각 1.48m, 1.7m 이하로 설정돼 승용차 인기 모델 대부분이 폭이 좁은 박스카나 해치백 형태를 띠고 있고, 중대형 SUV나 세단은 판매량이 저조하다. 도로의 약 85%가 도폭 평균 3.9m에 불과한 시정촌도이고 차고지증명제 실시로 인해 외부 주차장 이용 비율이 높아 통행·주차에 유리한 경차·소형차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소형차와 고성능 전기차 등 제품군을 다양화해 일본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형 SUV 전기차 아이오닉5N을 일본 시장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또 2025년 일본에 적합한 콤팩트 전기차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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