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서울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외곽 지역의 하락세가 아파트 가격 선행지표로 통하는 강남구로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런 탓에 2차 하락장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2040세대 표심을 공략할 기회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에서도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어 야당보다는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0.00%) 대비 0.01% 떨어져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진 건 5월 셋째 주(-0.01%) 이후 29주 만이다. 강북 14개 구와 강남 11개 구가 0.01%로 동일한 하락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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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일대 전경.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금천구(-0.06%), 은평구(-0.02%), 강서구(-0.01%) 등이 새롭게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강북구와 노원구는 5주 연속 떨어졌고 강남구는 3주 연속, 서초구는 2주 연속 내림세다. 강남구는 0.02%, 0.04%, 0.05%로 하락 폭을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다.
실제 강남구에서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수억원 씩 내린 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이달 1일 강남구 청담동 '청담대림이-편한세상' 전용면적 134.24㎡가 24억원(7층)에 거래됐는데 가장 최근 거래인 지난해 5월 17일 28억원(8층)과 비교해 4억원 하락 거래됐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164.97㎡는 2일 43억3000만원(18층)에 매매가 성사됐는데 지난 10월 9일 49억7000만원(58층) 대비 6억4000만원 내렸다. 층에 따른 가격차를 고려해도 비슷한 매물이 지난 7월 2일 47억원(19층)에 팔려 3억원 넘게 하락했다.
다른 집값 전망 지표도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지난 8월 3861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9월 3376건, 10월 2313건, 지난달 1454건으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1412건) 이후 최저치다.
미분양 물량의 경우에도 이른바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지난 10월 기준 1만224가구를 기록해 전달(9513가구)보다 7.5%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이 1만 가구를 넘어선 것은 2021년 2월(1만779가구)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자 최근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개발 공약 등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특히 여당에선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출발로 하는 ‘메가 서울’ 구상을 내놓으며 부동산 이슈를 선점했다.
야당에서도 '5호선 연장안'과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통과' 등을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양당 모두 총선 전까지 부동산 가격에 민감한 2040세대 표심을 확보할 수 있는 공약 개발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비슷한 상황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추가 규제 완화를 잇달아 시사하고 나섰다. 박상우 후보자는 집값이 하락하던 이명박 정부 시절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총괄했다. 박 후보자가 장관에 공식 임명된다면 적극적인 부양책을 꺼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각종 지표를 보면 서울 집값이 추세적 하락 흐름이 예상된다"며 "정치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이를 총선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각종 공약을 쏟아낼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은 장밋빛 공약에 현혹되기보다는 총선 후에 실제로 후보자들의 공약이 실현될 수 있을지 또한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냉정하게 다방면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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