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청원 '건설적 토론' 취지로 도입됐지만 우려가 현실로…
도입 500일간 청원 답변 14건 불과…실현 1건, 운영성과 미미
"당 주인은 당원"이라던 이재명, 난처한 청원 삭제 지시…자가당착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응답센터가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 건설적 토론을 유도해 악성 팬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전유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당원 청원시스템은 지난해 8월 1일 도입돼 약 500일간 운영되고 있다. 당원 청원은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당의 고질병으로 지목된 문자폭탄, 좌표 찍기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됐다. 이후 이재명 지도부 체제에서 당원과 소통을 명목으로 확대 개편됐다.
 
민주당이 청원시스템을 도입할 당시 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됐다. 공론의 장을 통해 악성 팬덤 문제가 해결되기보다 오히려 강성 지지층이 활동할 무대를 제공하는 것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었다.

   
▲ 더불어민주당의 당원 청원시스템이 도입 500일 만에 계륵으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캡처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응답센터에 진행 중인 당원 청원 대부분이 특정인의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청원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하며 청원시스템 정상화에 나섰지만, 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청원시스템에는 이재명 지도부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특정인의 출당과 징계를 촉구하고, 친명계로 분류되는 인물은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청원이 등장하며 사당화를 부추기는 촉매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은 청원시스템을 도입한 후 정책 제언 등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10일 기준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답변이 완료된 청원은 총 14건이다. 대표적인 청원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요청, 당헌80조 완전 삭제 등 민주당 내부에서 이 대표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입법과 관련된 청원은 ‘검사 탄핵소추안’을 추진하자는 내용 단 1건이며, 해당 청원만이 실현돼 운영성과 또한 미미한 것으로 확인된다.

아울러 청원시스템은 최근 민주당이 자가당착에 빠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도 여겨진다. 민주당은 지난 7일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명분으로 대의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당헌 개정안을 강행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청원시스템에서 이낙연 전 대표 출당을 촉구하는 청원이 힘을 얻자 이 대표는 삭제를 지시했다. 그간 비명계를 압박하거나 친명계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에는 ‘당 주인의 목소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를 방치해왔으나, 난처한 상황에는 당 주인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현재 진행 중인 청원 내용만 보더라도 알겠지만 당원 청원시스템이 도입 취지를 많이 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특정 집단에 의해 내부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매개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지금과 같이 변질된 청원시스템은 계륵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