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칼바람 불어닥친 조선 '빅3'…3000 여명 인력감축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이제 막 휴가에서 복귀한 조선업계. 현장은 뜨겁지만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차갑다. 감원 칼바람이 업계에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조선업계 빅3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대책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삼성중공업 홈페이지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조선업계 빅3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3일 박대영 사장을 비롯한 약 100명의 임원들이 거제조선소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인적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추후 발표될 삼성중공업의 자구안에 인적구조조정 언급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자구안 세부계획으로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전·현직 임원에 대해 인사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조직 슬림화, 자원 재배치 등을 통해 다음달 1일까지 현재 부문, 팀, 그룹 숫자를 약 30% 줄이고 부장 이상 고직급자를 대상으로 인적쇄신도 함께 병행한다고 발표했다. 약 1500여명이 구조조정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사옥을 포함해 비핵심 자산 전부를 매각할 방침도 세웠지만 부실계열사의 경우 새로운 주인 찾기도 힘들뿐더러 해외계열사는 내부지분율과 국가 간의 문제로 쉽게 철수 하지 못해 매각이 진행된다고 해도 몇 년이 걸릴지 예상할 수 없다.

결국은 인력감축을 통해 당장의 성과를 내야하지만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5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0년 워크아웃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많은 인원이 정리됐고 그 후 15년이 지났다”며 “인적 구조조정은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는 상징이 될 수는 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데미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고정비가 내려가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공백이 생겨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생기고 회사 분위기가 나빠져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며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구조조정은 남의 일 같지 않아 직원들의 신뢰 회복에만 3~5년은 걸리고 그 과정에서 회사가 받는 부담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현대중공업도 올해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 1300여명을 감축했다. 또 지난해 3조원의 손실로 대규모 인력감축을 진행했다. 권오갑 사장은 지난 6월 역량을 모으기 위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신뢰를 단숨에 회복할 만큼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또 지난 7월 조선사업본부, 해양사업본부 등 경력직 직원을 다시 뽑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졌다.

업계관계자는 “세계 최고 조선소를 대표하는 국내 조선업계가 자구안을 마련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직원들의 신뢰가 먼저 회복돼야 위기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