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4개 테마·30개 원칙 담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지주 및 은행권의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가 형식적이고 불투명하다며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 당국이 모범관행을 마련함에 따라, 앞으로 은행권은 승계계획의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해 사전 문서화하고, CEO 자격요건 및 평가요건 등을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경영승계절차를 현직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조기 개시해 차기 후보를 단계별로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 이로써 당국은 은행권 지배구조의 개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 금융감독원이 은행지주 및 은행권의 최고경영자(CEO) 승계절차가 형식적이고 불투명하다며 대대적인 손질에 나섰다./사진=김상문 기자


금감원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개편안 등을 담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새 모범관행은 바람직한 지배구조에 대한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6개 원칙)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10개 원칙)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9개 원칙)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5개 원칙) 등  '4개 테마, 30개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당국이 은행별 경영전략, 리스크 프로파일, 조직 규모 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원칙은 유지하되, 각 기업이 최적의 모범관행을 따를 수 있도록 유연함을 제공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새 관행은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다. 해당 관행에는 상시후보군 관리·육성을 비롯 최종 후임자 선정을 포괄하는 승계계획을 마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지주나 은행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차기 CEO를 선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지주 및 은행은 △상시후보군 선정·관리 △CEO 자격요건 △승계절차 개시 △단계별 절차 △비상승계계획 등을 포괄하는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에 발맞춰 이사회는 연 1회 이상 승계계획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꾸준히 보완·수정해야 한다. 

또 공정하고 면밀한 평가를 위해 경영승계절차는 현행보다 앞당기도록 했다. 다수 은행들은 현직 CEO의 임기가 만료되기 '최소 2개월 전'부터 승계절차에 나서는데, 이를 '최소 3개월 전'으로 명문화해 숏리스트(short-list)를 조기 확정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단계별 최소 검토 기간 등을 갖게 되면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검증을 좀 더 꼼꼼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기대다. 현재 은행권은 숏리스트 후보를 선정하고 약 1주일 후 면접(PT)을 실시하는데, 면접 당일 최종후보를 결정하는 곳이 대다수다. 당국은 이러한 관행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금감원은 CEO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가 불공평한 심사를 받지 않도록, 인사부서의 정기평가 및 이사회 간담회 초청 등의 검증절차를 갖도록 했다. 또 후보 포함 여부를 고지하는 시점과 대면평가·검증 시기 간 충분한 시일을 확보하게 해 외부 후보가 평가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승계절차가 개시되면 외부자에게도 후보임을 알리고, 이사회 간담회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외에도 금감원은 현행 사외이사 체계를 개편할 것을 당부했다. 사외이사 지원 전담조직을 이사회 산하에 설치하고, 업무총괄자의 임면 및 성과평가에 이사회가 관여하도록 했다. 전담조직의 인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사외이사 요청사항을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지적이다.

또 이사회, 위원회, 사외이사의 활동에 대해 연 1회 이상 정기 평가하고 이를 사외이사 재선임시 활용하도록 평가체계를 개편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평가의 객관성·공정성을 제고하고, 평가결과는 사외이사 재선임과 연계하는 등 환류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이사회가 은행의 규모, 복잡성, 영업모델 등에 적합한 '집합적 정합성'을 확보하도록 역량진단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감시할 수 있도록 '독립성'도 확보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에 마련한 모범관행이 은행권 지배구조를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이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 수준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핵심원칙과 방향성을 제시하되 선택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어 은행별 특성에 맞는 적합한 지배구조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에 금감원은 전체 은행권에 지배구조 모범관행 최종안을 공유하고, 은행별 특성에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예정이다. 

관계자는 "모범관행의 적용범위가 방대한 만큼 각 은행지주와 은행이 이사회의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최종안은 추후 지배구조에 관한 금감원의 감독·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실제 당국은 이를 위해 정기검사 시 활용하는 경영실태평가(CAMEL-R)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며,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내년 1분기 중 규정개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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