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 참호구축 문제 및 내부통제 지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국내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이사회가 CEO·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데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최근 심화되는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문제에 이사회가 '감시자'로서 활약할 것을 당부했다.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금감원이 올해부터 실시 중인 '은행지주·은행 이사회와의 소통 정례화' 방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국내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이사회가 CEO·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데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최근 심화되는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문제에 이사회가 '감시자'로서 활약할 것을 당부했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날 참석자들은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강화, 잠재리스크 대응 등 은행지주그룹이 당면한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한편, 금감원이 새롭게 마련한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의 주요 내용과 향후 개선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 이사회는 지주 그룹의 경영전략과 리스크관리 정책을 결정하고,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주 내 그 어떤 기구보다 중요한 곳이다"며 "이사회는 자칫 단기 성과에 매몰되기 쉬운 경영진이 경영 건전성과 고객 보호 등에 소홀하지 않도록 통제·감독하는 한편, 장기적인 시야에서 금융회사가 나아가야 할 경영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해외 선진 감독당국이 은행 이사회와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금감원도 이사회와의 소통을 내년에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올해 이사회 소통을 정례화해 이날 기준 7개 지주 및 12개 은행 이사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달 말까지 타 1개 지주 및 6개 은행 이사회와의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아울러 이 원장은 이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강화 △잠재리스크에 대한 대응 등 금융권이 당면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우선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이 원장은 "이사회가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중요하다"며 이날 당국이 내놓은 새 모범관행을 토대로 이사회가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적극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대표적 '소유-지배 분산기업'으로 불리는 은행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선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데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참호구축은 소유 분산기업에서 현직 CEO가 자신이 통제 가능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참호를 구축하는 것을 뜻하는데, 학계에서는 이를 '주인-대리인 문제'의 사례로 꼽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대형 금융사고를 가리켜 이사회가 내부통제 및 소비자보호 강화에도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대규모 소비자 피해사례나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크게 저하된 상황"이라며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을 가지는 이사회가 주도해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문화와 성과보상체계를 개선하고 강력한 내부통제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CEO 권한의 과도한 집중으로 인한 준법의식 결여로 경영진의 위법·부당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지 이사회가 감시기능을 충실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도 이 원장은 장기화되는 고금리 기조로 잠재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을 들어 금융권의 대응력 확보를 주문했다. 

그는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실물경제 회복도 지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손실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의 확충과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세심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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