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올 3분기까지 13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손쉽게 챙긴다는 윤석열 정부의 비판도 거세지며, 금융지주들은 올 연말까지 '상생금융안'을 내놓기로 했다. 한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거듭된 금리인상 효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던 지방금융지주 3사(BNK·DGB·JB)가 올해 역신장세를 보이며 건전성 악화에 시달렸다. 업계 1위인 BNK금융이 홀로 역신장하면서 순이익 감소에 큰 영향을 준 반면, JB금융은 소폭 성장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실적 악화와 동시에 일부 은행에서는 내부 직원의 대규모 횡령, 고객계좌 무단개설 등의 비위를 일삼으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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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금융지주 3사(BNK·DGB·JB)가 올해 역신장세를 보이며 건전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일부 지방은행에서는 내부 직원의 대규모 횡령, 고객계좌 무단개설 등의 비위를 일삼으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기도 했다./사진=각사 제공 |
◇횡령·고객계좌 무단개설 등 내부통제 문제 속출=올해 지방금융권을 강타한 이슈는 '내부통제'였다. 전문성을 요하는 특수분야의 직원이 은행 내부감독의 허점을 이용해 대규모 횡령을 일삼는 한편, 은행 성과 및 고과평가를 위해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비위를 저질렀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8월 연이어 두 대형사건에 휘말리며, 브랜드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은행 투자금융부 소속 직원은 15년간 17곳의 부동산 사업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총 77회에 걸쳐 2988억원(BNK금융은 순횡령액이 595억원이라고 해명)을 횡령했다. 이로 인한 은행의 누적순손실은 5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지주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위험관리 및 업무실태 점검 소홀' 등을 꼽았다. BNK금융은 경남은행에 내부통제 관련 서면점검을 가졌지만, 지난 2014년 10월 지주사로 편입된 이후 PF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아울러 PF대출을 진행할 때 △대출관리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고자가 전권으로 대출을 승인할 수 있도록 방임했다. 지주사와 은행 등 '컨트롤타워'가 리스크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계좌를 개설한 사례도 적발됐다. 경남은행의 일부 영업점에서는 집합투자증권 계좌 3건을 개설했는데, 당시 명의인이 내점하지도 않았음에도 정당한 위임 관련 서류나 실명 확인 증표도 없이 계좌를 개설해줬다.
DGB대구은행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8월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사의 계좌를 개설했다가 당국으로부터 발각됐다.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하고,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 개설하는데 활용한 것이다.
동일 증권사의 계좌를 추가 개설한 정황도 발견됐다.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는데, 이들은 임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현장 국감에서 "금융회사 CEO, CFO 최고위층의 판단이 들어가면서 내부 핵심성과지표(KPI)에 이익 추구 경향이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유동성 과잉이 지속된 상황에서 흐트러진 윤리의식이나 이익추구 극대화 현상이 표출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최고경영자(CEO)가 됐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건 반복적이고 중대한 문제에 대해선 관련 책임자를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2일에는 은행지주 이사회의 통제·감독 강화를 주문하는 동시에, 내부통제 부실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공개했다.
◇지방은행 최초 시중은행 전환 시도…추진동력 상실= 금융당국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과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고려한 점도 주목받았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운영 중인 금융당국은 시장진입 확대를 통한 경쟁촉진을 유발하기 위해 지방은행에게 빗장을 열었다.
지방은행권 중 대구은행이 지방은행 최초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했지만 최근 금융사고를 비롯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중은행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앞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금융위 국감에서 대구은행의 △문서위조 및 불법계좌 개설 △비자금 조성 △부정 채용 △캄보디아 현지법인 개설을 위한 로비혐의 등의 문제점을 대거 지적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하게 되면 법에서 정해진 것에 따라 봐야할 것이 있다"며 "사업계획의 타당성, 경제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보는데 관련 문제는 심사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은행·비은행 순이익 감소 표면화, 건전성도 위태= 지방금융권 3사의 3분기 지배주주지분 기준 연결 순이익은 1조 575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1조 6091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JB금융과 DGB금융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간 가운데, BNK금융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홀로 9%대 역신장세를 기록하며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
JB금융은 3분기 누적기준 493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4871억원 대비 1.3% 성장했다.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다.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에도 불구 안정적인 매출 성장과 비용효율성 개선 등이 실적 향상에 도움을 줬다.
DGB금융도 3분기 누적 기준 424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1년 전 같은 기간 3098억원 대비 7.7% 성장했다. 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의 충당금 확보에도 불구, △대출자산의 양적·질적 성장, 수익성 관리에 따른 은행 이자이익 증가 △비용효율화를 통한 판관비 감소 △전 계열사 비이자이익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을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BNK금융은 3분기 누적 기준 65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7277억원 대비 9.7% 역신장했다. 선제적 충당금 적립 및 수수료부문 이익 감소 등의 여파로 순이익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BNK금융은 충당금전입액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97억원보다 61.8% 늘린 4525억원을 반영했다.
장기화되는 고금리로 3사 건전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JB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85%로 1년 전 0.55% 대비 0.30%p 상승했고, 연체율도 0.53%에서 1.06%로 0.53%p 급등했다. DGB금융의 NPL비율은 1.00%로 1년 전 0.52% 대비 0.48%p 상승했고, 연체율도 0.41%에서 0.96%로 0.55%p 급등했다. BNK금융의 NPL비율은 0.58%로 1년 전 0.42% 대비 0.16%p 상승했고, 연체율도 0.36%에서 0.58%로 0.22%p 급등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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