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방산업계가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대 방산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한화가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실제 성과를 올린다면 K-방산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계는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공략하면서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해외 수주액인 173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72억 달러보다 101억 달러(140.3%)가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해외 수주 성과를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들어서만 두 건의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에는 3조4474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152문과 자주포용 155mm 탄약을 수출하기로 했으며, 호주에는 레드백 장갑차 129대를 공급하는 3조1649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KAI도 지난 5월 말레이시아와 FA-50 18대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계약 규모는 약 1조2000억 원이다. 이외에도 현대로템은 폴란드와의 2차 계약으로 K2 전차 180대를 수출하는 것을 협상 중이며, LIG넥스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천궁-Ⅱ수출 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방산 선진국 대비 낮은 가격과 빠른 납기, 안정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방산업체들도 한정된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수주에 성공할 경우 매출 확대는 물론 수익 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에서도 방산 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방산업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열린 '제2차 방산수출전략회의'에서 “방위산업은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이라며 “방위산업이 미래의 신성장 동력이 되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방산업계는 유럽,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주 성과가 나오자 최대 방산시장을 꼽히는 미국에도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연간 방산시장 규모는 약 500조 원에 달한다.

먼저 KAI는 미국 훈련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KAI는 FA-50을 통해 미국 해군의 전술입문기와 미국 공군의 전술훈련기 도입 사업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총 500여 대를 공급하게 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기체 판매만으로도 최대 44조 원이 예상되며, 운용·유지비용을 고려하면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LIG넥스원은 미국 로봇 전문 기업 고스트로보틱스(GRC)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있는데 이를 통해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LIG넥스원은 GRC 지분 인수를 위해 특수목적법인 ‘LNGR LLC(가칭)’를 설립할 예정이다. GRC 지분 60%를 3150억 원에 취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로봇이라는 미래 성장 플랫폼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있지만 미국 방산시장 진출도 동시에 노린다. 실제 LIG넥스원은 현재 유도 대전차 미사일 ‘비궁’ 성능평가가 진행 중으로 수주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의 사거리 연장 자주포 사업(ERCA)에서 자동화 포탑 솔루션이 적용된 K9 자주포를 통해 수주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 군함을 수주하려면 미국 현지에서 건조해야 한다. 이에 한화오션은 미국에서 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미국 진출을 통해 국내 방산 기술력을 입증받아 글로벌 수주를 더욱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서 성능을 인정받는다면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수주에 성공하면 성능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해외시장을 공략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 방산업체들이 미국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한 목적도 결국 해외 수주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