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반등하며 선방…내년 총선‧미국 대선 등은 변수
   
▲ 이원우 차장/경제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올해 주식시장도 서서히 저물어간다. 산타의 출현 여부는 여전히 ‘보일 듯 말 듯’이다. 그나마 작년 폭락장에 비하면 올해 주식시장은 선방했다. 연초 대비 코스피는 15%, 코스닥은 25% 정도 반등한 채로 한 해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반등의 근원을 찾아보자면 ‘또 다시 미국’이다. 사실 작년 연말~올해 초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꽤 컸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언과 함께 중국 경기도 바닥을 치고 반등해주리라는 전망이었다. 현실은 달랐다. 중국의 경기침체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기대감을 대신했다. 

미국은 ‘주식은 사놓으면 오른다’가 그나마 통하는 전 세계 유일한 시장이다. 미국이 오른다고 우리가 오르는 건 아니지만, 미국이 못 오르는데 우리만 오르는 법은 없다. 올해에도 미국 시장의 영향력이 계속 커졌다. 그러면서 한국 개미들의 투자 난이도도 함께 올라갔다. 

이젠 미국의 기준금리는 물론 소비자물가지수(CPI), PCE 물가지수 정도는 실시간으로 챙겨줘야 똑똑한 투자자 대접을 받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얼굴이 더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 당신도 주식 투자자가 된 것이다.

원래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주식시장엔 올해도 구설수가 많았다. 그 중심에 ‘라덕연 사태’가 있었다. 수년간에 걸쳐 야금야금 주가조작을 해온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문제가 된 종목들은 하나같이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였기에 실타래가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 작년 폭락장에 비하면 올해 주식시장은 선방했다. 연초 대비 코스피는 15%, 코스닥은 25% 정도 반등한 채로 한 해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사진=김상문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한적으로만 유지되던 공매도 제도에 개선이 가해질까 싶었지만, 금융당국은 오히려 공매도를 ‘전면금지’ 시켰다. 이유를 궁금해 하며 달력을 펼쳐보니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와 있다. 개미들은 환호했지만, 넓게 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대가를 치러야 할 빚을 만든 것이다. 

한국 공매도 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현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공매도를 전면금지하는 금융 선진국은 없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전면금지라는 초강수를 둔 시점에서 이제 공매도는 ‘누군가는 뽑아야 하는’ 골칫덩이 엑스칼리버가 돼버렸다. 선거가 끝나고 난 뒤, 누가 여론의 십자포화를 감내하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선거는 2024년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내년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명이 선거를 치른다. 1월13일 대만 총통 선거로 시작해서 우리도 4월10일 국회의원 총선을 치르고, 11월5일은 대망의 미국 대선이다.

선거 전에 경거망동(?) 하지 않는 것은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다. 미국도 대선 전까지는 어떻게든 경제위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 대선이 끝난 이후의 경제 불확실성을 높여놓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vs 바이든’의 경쟁구도로 치러지는 대선 레이스 자체가 2024년 내내 투자자들의 스트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두 후보 간의 정책 방향성이 너무 판이하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예측’의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질 때 개미들의 위기가 도래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고 있다. 만약 미국마저 경기침체의 수렁에 빠진다면 내년 이후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의 난이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올 한해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에 상장된 2배수‧3배수 레버리지 상품에 거액을 투자하고, 하루에도 수백 퍼센트씩 가격이 변동하는 신규상장주에 승부를 걸었다. 돈을 불리는 것만큼이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은 잘 되지 않는 것이 현시점 많은 투자자들의 자화상이다. 산타의 존재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됐으면서도 ‘산타랠리’만큼은 매년 염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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