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은행들이 대부분 '60대 이상' 투자자를 타깃해 관련 상품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대 이상 초고령자 대상 판매액은 2200억원대에 달했다. 상품 및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가 소홀해 불완전판매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첨예화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홍콩H지수 연계 ELS 편입 주가연계신탁(ELT)·주가연계펀드(ELF) 잔액은 11월 말 기준 13조 5790억원에 달한다. 판매 잔액 중 60대 이상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7.5%(약 6조 4541억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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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은행들의 주 고객층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대 이상 초고령자 대상 판매액은 2200억원대에 달했다./사진=김상문 기자 |
연령대별로 보면 60대(60~69세) 고객이 32.1%로 전체 연령대 중 ELS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고, 뒤이어 50대 30.8%, 40대 14.1%, 70대 13.8%, 30대 4.8% 순이었다.
고객수를 기준으로 놓고 봐도 60대 이상이 압도했다. 60대 이상 가입자수는 약 6만 2550명으로 이 상품 전체 가입자의 약 40.9%를 점유했다. 판매액을 고객수로 나눠 환산하면 60대 이상 고객 1명당 평균 1억 318만원꼴로 이 상품을 가입한 셈이다. 이는 60대 미만 고객들의 1인당 평균 투자액 7869만원 대비 약 30% 많은 수치다.
문제는 초고령자를 대상으로 판매한 금액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은 80대(80~89세) 고객에게 약 2084억원, 90대 이상 고객에게 약 91억원을 각각 판매했다.
80대 이상 고령층에게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하나은행으로 818억원에 달한다. 뒤이어 △농협은행 645억원 △국민은행 385억원 △신한은행 316억원 △우리은행 16억원 순이었다.
90대 이상도 하나은행이 74억원을 판매해 가장 압도적이었다. 뒤이어 △농협은행 9억원 △국민은행 7억원 △신한은행 1억원 순이었다. 우리은행은 90대 이상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리스크'보다 '안정성'을 추구한다는 점을 고려해 고령자들이 은퇴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은 관련 상품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H지수 연계 ELS 가입자의 약 90%가 ELS 투자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로 밝혀진 까닭이다. 이에 투자자 책임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다만 은행들이 초고령층에게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초고위험·고난도 상품을 권유한 만큼, '불완전판매'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라 투자자의 경험·재산 상태 등을 비교해 투자자와 투자하려는 상품이 적합한지 판단하고, 적합하지 않을 경우 권유해선 안 되는 '적합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과연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풀어볼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달 초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ELS 상품 구조에 대해 파는 사람조차도 어떤 상품인지 모르고 판 경우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을 조사해서 불완전 판매인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은행권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신한·우리·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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