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기자] 국제기구 취업을 원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통하는 유엔이 ‘열정페이’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최근 '열정 페이' 논란의 중심에 선 유엔이 2년간 무급으로 고용한 인턴수가 4000명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2012∼2013년(최근 통계치) 유엔 관련 조직에서 무급으로 근무한 인턴은 4018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8%는 여성이었다.
유엔의 무급 인턴제도는 6개월간 무급 인턴 생활을 버티다 끝내 사직한 뉴질랜드 출신의 한 청년 사연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앞서 13일 각종 외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데이비드 하이드(22)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유럽본부에서 무급으로 인턴생활을 시작했지만 비싼 주거비 때문에 텐트에서 노숙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유엔이 인턴에게는 임금이나 교통비, 식대보조, 건강보험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캠핑용 버너와 매트리스가 깔린 조그만 파란색 텐트에서 잠을 자고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사직한 이 청년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유엔의 '열정 페이' 논란이 일었다.
열정 페이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실질적인 근무를 하는데도 인턴, 수습, 교육생 등이라는 이유로 급여 등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자녀만 무급 인턴을 할 여건이 된다는 점에서 유엔의 모든 인턴을 유급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와 관련 "명백하게 내부 논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급제로의 변경에는 "유엔 회원국과 유엔 총회(의 결정), 예산 등의 문제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유엔의 모든 조직이 인턴 무급제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유엔 사무국에 속하지 않는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인턴에게 일정의 보수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