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소방 호스로 물을 뿌렸는데 불길이 더욱 커져 현장 지휘관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심야에 발생한 중국 톈진(天津)항 물류창고 폭발사고 현장에 있었던 소방관 A(23) 씨는 처참했던 폭발사고 직전의 상황을 이같이 회고했다고 중국신문주간을 인용해 15일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이 소방관이 소속된 소방대는 오후 11시께 사고지점 주변에 거주하는 일반 주민으로부터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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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현지시간) 심야에 발생한 중국 톈진(天津)항 물류창고 폭발사고 현장. /YTN 방송화면 |
A씨는 "출동할 때에는 일반 물류에 불이 난 것으로 알았지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에 불이 붙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다른 소방대 한 팀이 출동해 있었다.
그는 "불이 난 곳은 창고가 아니었다. 노천에 쌓인 컨테이너 박스였다"며 "화재범위가 넓어 몇 곳에서 불이 났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장 지휘관은 아직 불에 타지 않은 물품들이 있다며 일단 물을 뿌려 냉각작업부터 하자고 했다. 이어 2∼5분가량 물이 살포됐다. 그러나 불길은 더욱 커졌다.
A씨는 "지휘관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우리에게 뒤로 물러설 것을 지시했다"며 "아마 이때 불이 붙은 지점에 화학물질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부의 '전원철수' 명령에 소방대는 철수준비를 서둘렀다.
A씨는 "당시 난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컨테이너 안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불길이 커지면 철수하면 그만이었다"고 말했다.
A씨가 지휘관과 함께 막 밖으로 걸어 나가던 도중 1차 폭발이 일어났다.
A씨는 첫 폭발의 충격으로 날아갔다. 혼자 일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던 도중 규모가 훨씬 더 큰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다. 두 폭발의 간격은 20초에 불과했다.
폭발 때문에 눈을 다친 A씨는 폭발 반대 방향으로 힘겹게 걸어가 중상을 입은 다른 소방관 5명과 합류한 뒤 구조요청을 했다.
A씨는 30분 뒤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생명을 건졌지만 그의 동료 6명은 이미 사망했다.
A씨는 "폭발은 진압을 시작한 지 30분도 안돼 발생했다"며 "도대체 그 안에 무슨 물건이 있었는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