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주담대, 수도권·고가 아파트 거래 쏠림 심화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올해 은행에서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소득 대출자(차주)수가 지난해보다 2.6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 주택 경기 회복으로 매매 거래량이 증가했고, 부동산 규제 완화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기자본을 충분히 갖춘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주택을 매수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소득자 위주의 대출 증가세가 사회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올해 은행에서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소득 대출자(차주)수가 지난해보다 2.6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사진=김상문 기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올해 3분기까지 소득 8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신규 공급한 주담대(이주비·중도금·전세대출 등 제외) 대출자 수는 5만 632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1721명의 약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주담대 신규 대출자 수는 17만 4451명에서 33만 7397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전체 신규 대출자 수보다 고소득 신규 대출자 수가 더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이에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고소득 대출자 비중은 16.7%로, 1년 전 같은 기간 12.5%보다 4.2%포인트(p) 상승했다. 분기별로 놓고 봐도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13%대를 등락했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10.0%에 머물었다. 그러다 올해 1분기 16.5%로 급등했고, 2분기부터 3분기까지 16.8%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연초 주택 경기 회복으로 매매 거래량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특히 수도권·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면서 고소득자가 매매자금을 조달할 때 주담대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점도 한 몫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제한을 풀고, 보유주택·규제지역·주택가격별로 설정돼있던 LTV 차등 적용 규제도 폐지했다. 올해 초에는 서울 4개 구(강남·서초·송파·용산)를 제외하고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하기도 했다. 

이에 주담대 신규 대출자의 평균 대출액은 지난해 말 약 1억 5100만원에서 올해 3분기 약 1억 9500만원까지 증가했다. 

그럼에도 올해 대출자 중 고소득자 비중이 늘어난 건 '차주별 DSR 규제 강화' 영향이 가장 크다. DSR 규제는 상환해야 할 대출 원리금이 소득 대비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현재 1억원 초과 대출자를 대상으로 DSR 40%(제2금융권 50%) 규제가 적용된다. 

'대출자가 갚을 수 있는 만큼 대출을 공급하자'는 취지에 부합한 데다, 무리하게 빚을 내어 자산 투자에 나서는 영끌·빚투족을 차단할 수 있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신규주택 매수현황만 놓고 보면 고소득자 비중만 늘린 꼴이 됐다. 

은행권 분석에 따르면 연봉 5000만원의 무주택자가 14억원 상당의 아파트에 주담대(금리 4.8%, 4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3억 5500만원)를 신청할 경우 LTV가 50%로 완화되더라도 최대한도는 DSR 규제 영향으로 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고소득자 위주의 대출 증가세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펴낸 '우리나라의 가계부채와 소득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이후 신규 부채 대부분은 주담대를 목적으로 발생했는데, 고소득분위 가구를 중심으로 대출건수 및 가계부채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취득 용도의 신규 가계부채가 발생할 경우, 저소득 가계는 소득이 줄어들었고, 소득 5분위 고소득 가계는 가처분소득이 증가했다. 저분위 가계의 소득 감소 효과를 고려하면 가계 전반의 소득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2004~2020년 비금융자산 취득을 위한 가계부채는 고분위 가계일수록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부채잔액 증가가 소득불평등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김수현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와 황설웅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규제에 따라 대출은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조정되고, 비금융자산을 담보하는 대출의 경우에도 그 규모가 차주의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소득이 높은 가계일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을 통해 더 많은 비금융자산을 취득할 수 있었고, 이후 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자산 불평등뿐만 아니라 소득불평등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