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5개월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서 같은 날 중국과 외교협의를 진행해 주목된다.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등 밀착을 과시해온 북한이 대중 외교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여서 중국의 선택에 눈길이 쏠린다.
북한 노동신문은 19일 전날 ICBM 발사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들이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 보다 진화되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강력 맞대응하겠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이날 신문은 박명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18일 중국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협의한 소식도 전했다. 신문은 “회담에서 북중수교 75주년인 내년에 친선적인 교류와 협조를 확대하자는 입장이 표명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필 북한이 ICBM을 쏜 날 중국과 마주앉은 것은 안보리 위반 사항인 탄도미사일 도발을 중국이 묵인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이다. 이번 북한의 ICBM은 고각발사 됐으며 정상 각도였다면 1만5000㎞에 이를 수 있어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노동신문은 이날 ICBM 발사와 관련해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6518.2㎞까지 상승해 거리1002.3㎞를 4415s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ICBM 발사에 관한 논평 요구에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정세는 군사적 억지로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역효과만 낳는다. 대화와 협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길”이라고 말해 북한을 두둔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일제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나섰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ICBM을 발사한 날 북중 외교회담이 열린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중국은 책임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북한에 영향력을 보유한 나라”라며 “우리정부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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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 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이 21일 밤 발사되는 장면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고 있다. 2023.11.22./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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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대변인은 “우리정부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우방국들과 공조해 안보리 차원의 대응과 대북 독자·다자 제재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임 대변인은 이번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안보리 회의가 20일 새벽에 열릴 예정인 것에 대해 “우리정부는 북한의 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안보리 이사국들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북중 간 고위급 외교협의가 열린 것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핵 야심을 통제하는데 있어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중국이) 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하고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향후 장거리 미사일 외에도 중거리 등 대부분 탄도미사일을 고체연료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전망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단거리급 미사일, SLBM, 극초음속미사일 등은 이미 고체연료형으로 개발 완료했거나 개발되고 있고, 여기에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북한식 표현으로 ‘전략핵무기’ 라인업)의 고체연료형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전략핵무기 모델의 고체형화, 고체연료형화를 통해 신속성을 확보해 보복응징 능력을 높이고, 고체연료형화를 통해 방어적 또는 거부적 억제 수준에서 보다 공세적인 전략 가능성을 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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