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하지만…수사 상황 생중계 독소조항"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 하기 좋게 특정" 겨냥
특검 수사 시점이 핵심…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명분 조성'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도 그래야 한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에는)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 조항까지 들어 있다.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 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19일 발언이 '김건희 특검법=악법'이라는 논란으로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는 단 4개월도 안 남았다. 100일 남짓 되는 기간동안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빌미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의 총공세가 거세질 발판이라며 규정한 것이다.

한동훈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사령탑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가장 유력하다.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이라며 악법의 이유를 들었다.

특히 한 장관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되어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되어 있는 독소조항까지 있다"며 "그런 악법은 국민 정당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 장관은 총선 후 자신이 지목한 독소조항을 고친 새 특검법을 마련한다면, 국회에서 여당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3년 12월 6일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서 '출입국 이민관리청 신설 방안'에 대하여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카운터파트인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20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인터뷰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민주당이 하면 불륜인가, 민주당 수사에 대해서는 한도 끝도 없이 장관과 서울지검장이나 수사 관련해서 외부적으로 정보를 흘리고 언론화시킨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사실에 대해서 브리핑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 또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게 정말 부끄러운 영부인 호위지침 지시 하달"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대통령 부인의 부정부패 의혹인데 '정치인 한동훈'의 첫 시작으로 보이는 말은 사실상 '김건희 호위무사'로서의 정체성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위기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유력한 한 장관이 국민의 목소리는 나 몰라라 하며 김건희 구하기에 발 벗고 나섰다"며 "입법부 노력을 폄훼하며 선전선동으로 규정하는 한 장관이야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비열한 선전선동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현실적으로 오는 28일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막을 수 없다. 28일 특검법 처리 이후, 윤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을 직접 내주는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높다.

혹시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내년 1월말 특검이 출범한다. 수사는 2월 중순에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장검사를 지냈던 한 법조계 인사는 20일 본보의 취재에 "한동훈 장관이 언급한 독소조항은 김건희 특검법 12조를 말하는데, 이 조항에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이 조항은 2018년 여야가 합심해 통과시킨 '드루킹 특검법'에도 들어있고, 정작 한동훈 장관이 당시 수사팀으로 참여했던 2016년 '최순실 특검'에도 똑같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법과 원칙을 내세우지만,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특검이나 특검법 다른 전례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격"이라며 "독소조항은 해당 법조항에서 본래의 의도를 교묘하게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걸 말하는데, 언론 브리핑 실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한다는 점에서 독소조항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언론 브리핑 실시를 규정한 특검법 12조의 본 의도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겠지만, 숨겨진 의도는 총선이라는 시점에 따라 정쟁의 도구로 능히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쪽에게 일방적인 악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 장관의 독소조항 지적은 맞는 말이고, 민주당의 선전선동에 충분히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적인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김건희 특검법 논란에서 핵심은 '시점'이다. 특검 수사 시작이 총선 전이냐 후냐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이 극대화되느냐 또는 없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쏘아올린 이 특검법 논란은, 민주당이 분명 국회 본회의에서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키겠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을 마련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