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올해 카드업계는 고금리 기조에 조달비용이 크게 늘면서 실적 한파가 이어졌다. 여기에 경기 침체 속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취약차주가 늘면서 연체율까지 급등해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81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530억원) 대비 11.7% 감소했다.

   
▲ 사진=미디어펜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카드사의 조달비용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도 크게 오른 영향이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는데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게 됐다. 카드사들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여전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해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올해 초에는 5%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지난 3월 3.8%대까지 떨어졌다가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불거진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반등, 지난 10월 30일 4.938%까지 상승하며 5%에 육박했다.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충당금 증가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대손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줬을 때 발생할 손실을 평가한 금액이다. 향후 연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해 금액을 미리 일정 금액을 쌓아두는 개념이다. 다만 충당금의 특성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만큼 규모가 클수록 당기순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대손충당금은 63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6%나 급증했다. KB국민카드는 5671억원으로 73.5%, 우리카드는 3124억원으로 56.3% 늘었다. 하나카드는 2962억원으로 가장 적지만 1년 새 105.3%라는 증가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하나카드가 직전 분기보다 0.39%포인트 오른 2.25%로 업계에서 가장 높았으며 우리카드는 1.82%에서 2.10%로 한 분기만에 0.28%포인트 올랐다. KB국민카드 연체율은 2.02%, 신한카드 1.62%, 롯데카드 1.58%, 삼성카드는 1.15% 로 각각 집계됐다. 현대카드(0.99%)만 유일하게 0%대다.

연체율이 2% 이상인 카드사가 3곳 이상인 것은 2015년 1분기 이후 8년 6개월 만이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며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통상적으로 카드업계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연체율 수준을 2%로 본다.

리볼빙 급증이 연체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8개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4696억원이다. 올 3월말 7조1196억원, 6월말 7조2697억원, 9월말 7조5024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10월말 소폭 줄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리볼빙이란 최소금액만 결제되고 나머지 금액은 다음달로 이월돼 차후에 갚을 수 있는 서비스다. 카드대금 연체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을 막을 수 있으며 카드 사용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리가 높고 장기간 이용 시 원금과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종료하고 내년에는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시장 금리가 안정되고 있으나 높은 연체율과 지속된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업황 악화, 상생금융 압박 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고물가 등으로 가계의 실질 소비 여력이 제약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리볼빙, 현금서비스 급증, 연체율 상승 등에 따라 외형확대보다는 내실경영과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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