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하림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인수자금이 들어가는 데다가 최근 꺾인 해운업황으로 인해 HMM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HMM이 하림의 돈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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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 컨테이너선./사진=HMM 제공 |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승자의 저주’ 우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인수 희망가로 약 6조4000억 원을 써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림은 올해 안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림은 벌크선 중심의 팬오션과 컨테이너선 중심의 HMM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1위 벌크선 해운사인 팬오션과 글로벌 8위 컨테이너선 해운사인 HMM이 하림그룹에 속하게 되면서 초대형 국적선사가 된다.
그러나 하림이 덩치가 큰 HMM을 인수하게 되면서 ‘승자의 저주’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림의 자산 규모는 17조 원인데 HMM 자산 규모는 25조8000억 원이다. 자산 규모가 작은 하림이 자산 규모가 더 큰 HMM을 인수할 때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림은 인수금액인 6조4000억 원을 써냈는데 팬오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우호세력인 우호세력인 호반그룹도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김흥국 하림 회장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모두 호남 출신으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하림이 진행하고 있는 양재 복합물류센터 개발에도 호반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는 요인으로 보인다.
다만 하림은 인수금액의 약 47%에 해당하는 3조 원을 인수금융 등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금융 금리가 연 7~8%대에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자만 연간 2100억~2400억 원에 달한다. 하림은 인수금융으로 2조 원 가량을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인수금융으로 3조 원이 넘는 투자확약서를 받았다.
정치권에서도 승자의 저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하림에 대해 “우선협상자로 지정된 기업이 전문성이 없는 것 같고 사모펀드도 같이 들어와 있다”며 “내년부터 해운업계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기업이 과연 HMM을 살려낼 수 있겠냐”고 말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도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장관이 된다면 주도면밀하게 처음부터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HMM, 하림의 돈줄 전락할까
하림이 HMM 인수 후에 돈줄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하림이 보여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림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했는데 계열사인 하림USA가 적자를 이어가면서 2021년 자금난에 빠지자 팬오션을 상대로 30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에도 하림은 팬오션을 자금 공급책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NS홈쇼핑 역시 하림의 돈줄 역할을 했다. NS홈쇼핑은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하림산업이 추진하던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에 6500억 원을 투자했다. NS홈쇼핑은 홈쇼핑을 통해 번 돈을 자회사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했지만 양재동 개발 사업에 대한 수익과 배당금은 총수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하림지주에 돌아가게 되면서 이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HMM은 현재 약 10조 원에 달하는 현금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 하림은 HMM 인수 후에 현금 유보금을 HMM을 위해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곳에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림은 NS홈쇼핑을 인적분할하면서도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NS홈쇼핑은 유통사업 부문과 자회사 등을 포함한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투자사업 부문은 하림지주와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하림지주에 넘어가게 되고, NS홈쇼핑은 홈쇼핑 사업만을 담당하게 됐다.
특히 공공성을 목적으로 하는 홈쇼핑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성장한 NS홈쇼핑의 자회사를 하림지주가 가져갔다는 비판을 받았다.
HMM 노조 역시 하림그룹에 인수될 경우 HMM이 현금 곳간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고 매각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HMM을 인수하는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며 “하림이 이전에 보여준 사례를 보면 HMM도 돈줄로 전락할 수 있어 업계는 물론 노조에서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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