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전자결제를 유도하는 등 금융 법제를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는 21일 ‘북한인물 관련 책자 및 경제 특이동향’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8차 당대회 이후 전자결제를 통해 현금유통량을 줄이고, 무현금 유통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원래 화폐가 필요 없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인데도 장마당으로 인해 현금이 돌다보니 당국이 통제하기 위해 전자결제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당대회 이후 전자결제법을 그해 10월 29일 제정했고, 올해 7월 15일 전자결제 이용 과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법을 다시 개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자결제 방식에 대해 “은행계좌에 넣어두고 계좌이체하는 방식으로 결제를 하거나 카드도 만들 수 있다”며 “시중에서 현금을 쓰지말라는 것이다. 무현금 유통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에서 시장이 활성화되다보니 주민들의 현금 보유량은 늘어나지만 은행을 믿지 않으니까 예금을 잘 안한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통화량이 늘어나면 통제가 안되는 문제가 생기니까 그것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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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신문은 19일 '경공업발전-2023' '가을철피복전시회-2023' '2023년 평양지하상점 가을철상품전시회' 등 올해 평양에서 진행된 여러 전시회를 종합해 보도했다. 2023.12.19./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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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북한사회의 시장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비사회주의를 배격하려는 의도의 일환인 셈이다. 통일부는 2019년 2차 북미 정상회담인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력갱생을 더욱 강조하면서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개최했고, 이때 세워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당국이 지휘하고 관리하는 경제체계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전자결제법 외에도 금융 분야에서 사상이완을 막기 위한 법제 개편으로 올해 2월 2일 제정된 대부법을 꼽을 수 있다. 대부사업에 대한 당국의 감독 및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곡물 유통에서 양곡판매소를 만들어 양곡의 판매를 독점하면서 사적 곡물 거래를 단속하고 있으며, 상업 유통에서 사회주의상업법을 2021년 개정해 기존의 ‘완전한 공급제’ 표현을 삭제하고 ‘국영상업망에서의 유통’을 명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보도를 보면 상품 유통 전반에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리선권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것으로 평가해 이번 인물정보 책자에 반영했다. 대남 강평파로 꼽히는 리선권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우리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면박을 준 인물이다.
이와 함께 통일부는 최근 들어 북한의 노동당 군수공업부, 미사일총국, 국방과학원의 움직임이 긴밀하다고 평가하며, 각각의 수장을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장창하 미사일총국장, 김용환 국방과학원장을 꼽았다. 이 밖에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의 국장은 류상훈, 부국장은 리철주로 평가했으며, 핵무기연구소장에 리홍섭, 군수공업부 부부장에 최명철도 추가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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