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국내 증시는 작년의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하며 견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주가폭락 및 조작 사태 등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진 기간이기도 했다. 2차전지와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은 시장을 설레게 했고, 연말엔 다시금 도래한 ‘반도체의 시간’이 내년 흐름을 낙관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신규상장주(IPO) 가격변동폭 확대‧공매도 전면금지 등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고, 업계는 달라진 시장상황에 면밀히 대처하기 위한 임직원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2023년 국내 증시 주요 이슈를 되돌아 본다.
[2023결산-증권④]업계 세대교체 가속화…금융당국 ‘징계’에 엇갈린 희비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2023년은 증권사들에게 혹독한 한 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을 맞았지만, 전례없는 대규모 불공정거래 의혹이 터지면서 금융당국의 칼끝이 증권사를 향했다. 이로 인해 각 사마다 리스크 관리가 화두로 떠올랐고, 최고 경영진의 사태가 줄을 잇기도 했다. 여느때보다 CEO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센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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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증권가에는 거센 세대교체 바람이 불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세대교체 스타트는 미래에셋증권 창업멤버인 최현만 회장이 끊었다. 7년간 대표직을 역임했던 최 회장은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김미섭·허선호 부회장 중심의 ‘2기 전문경영인’ 시대를 맞았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이어 온 ‘정일문 체제’가 막을 내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건 김성환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금융(PF) 1세대로 꼽히는 인물이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도 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신임 대표직에는 메리츠금융지주에서 리스크관리 부문을 이끌어온 장원재 사장이 올랐다. 장 사장은 전 직장인 삼성증권에서 최고리스크책임관리자(CRO)를 지내다 메리츠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대표적인 내부통제 전문가다.
삼성증권도 6년간 자리를 지켰던 장석훈 사장이 물러났다. 박종문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이 새로 임명됐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인 박 사장은 삼성 금융그룹의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올해 라덕연 사태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등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린 키움증권도 CEO를 교체했다. 황현순 사장이 임기를 2년 남겨뒀음에도 자진 사임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전략기획본부장이 차기 대표로 낙점됐다.
KB증권은 직무정지 징계를 받고 물러난 박정림 사장 후임으로 자산관리(WM) 전문가인 이홍구 대표를 선임했다. 내부 출신을 승진시키는 동시에 기존 김성현 대표를 유임시킴으로써 ‘변화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기업금융(IB) 전문가인 김 사장은 올해부터 신한투자증권의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연임시 1년씩 임기를 부여하던 기존 관례를 깨고 김 사장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했다. 단기적 성과 추구를 지양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 CEO 교체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교보, 하이투자, DB금융투자, BNK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수장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매출 감소폭이 두드러졌던 까닭에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은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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