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올 한해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 통과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 온라인 플랫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준비로 보험사와 플랫폼사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IFRS17 적용 후 보험사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보험사들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0% 급증하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는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 영향으로 보험사들이 자율적 계리에 나서며 생긴 일종의 착시효과로 실적 뻥튀기 논란이 일었다. 보험사들의 기초 체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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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전경./사진=미디어펜 |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IFRS17에 따라 손익을 현금주의 대신 발생주의로 인식하고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며 계약 서비스마진(CSM)이라는 계정을 새로 도입했다. CSM은 보험계약으로 얻을 미실현 이익을 평가한 값이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IFRS17을 계기로 각 사의 회계 기준 자율성이 확대됨에 따라 1분기 실적 발표 전후로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보험사가 자의적 가정을 활용해 CSM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상반기까지 보험사들에게 자율적 계리를 맡겨온 금융당국은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 상품 개발 및 판매정책이 이뤄질 경우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실손보험, 무·저해지 보험, 고금리 상품 해약률, 보험계약서비스 마진(CSM) 상각 기준, RA(위험조정) 상각 기준을 재확립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혼란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14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5월과 10월, 각각 국회 법안소위와 본회의에서는 실손 간소화법이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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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 전송을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실손보험금 청구 시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비 영수증, 세부 내역서 등 종이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면서 개별적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비용 낭비 문제까지 제기돼왔다.
2021년 손해보험의 실손보험 청구량 총 7944만4000건 가운데 데이터 전송에 의한 전산 청구는 9만1000건으로 0.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종이서류 전달, 서류 촬영 후 전송 등 ‘아날로그’ 청구에 해당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법안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할 수 있다. 병원의 경우 내년 10월 25일부터, 실손 전산화 준비 기간이 더 소요되는 의원과 약국은 2025년 10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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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대리점업계가 서울 광화문에서 '온라인플랫폼 보험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한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보험대리점협회 제공 |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 간 보험 체결건당 수수료, 자동차보험 포함 여부 등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며 출시에 어려움을 겪었던 온라인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서비스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다. 본래 보험상품 비교·추천을 위해서는 보험대리점 등록이 필요하지만, 금융위는 플랫폼을 통해 상품비교, 추천을 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부여했다.
다만 핀테크사와 보험사간 수수료율 이견이 여전하다. 예컨대 보험소비자가 A핀테크를 통해 B보험사 상품에 가입했을 때 B보험사가 A핀테크에 수수료로 얼마를 줘야하는지에 대해 완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방식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일부 대형 핀테크사는 표준 API가 서비스를 다양성을 해친다며 개별 API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보험업계는 일일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부담으로 공통된 표준API를 원하고 있다. 이에 시행 예정일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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