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새해를 앞두고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IT기기 등 수요 회복은 아직 더디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있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황 호조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26일 외신 신문에 따르면 컴퓨터(PC)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서버 기기 등에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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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
데이터를 일시 보존하는데 사용되는 D램의 지난 달 거래 가격은 기준품 DDR4형 8기가비트(Gb) 세트제품이 개당 1.65달러 안팎으로, 전월 대비 11% 올랐다. 가격 상승은 지난 2021년 6월 이래 2년 5개월 만이다.
데이터 장기보존에 이용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역시 지난 10~12월 분기 가격이 트리플 레벨 셀(TLC) 25기가비트 제품 기준 개당 1.85달러 안팎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7~9월 분기보다 12% 오른 수치다. 2021년 7~9월 분기 이래 9분기 만에 가격이 상승이기도 하다.
가격 반등에 대해 닛케이신문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업황 부진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나서며 재고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를 불러 가격이 상승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또 “내년도 반도체 시황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부터 시황 부진을 겪어왔다. 세트 부문 기업들이 기존에 사둔 반도체 재고 조정을 위해 주문량을 줄이며 업황 침체가 지속된 탓이다. 재고 과잉은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의 실적 악화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업계의 꾸준한 감산 정책으로 D램과 낸드 가격이 상승하고, 인공지능(AI) 산업이 꽃피우기 시작하면서 HBM 등 관련 산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1분기 전망치도 희망적인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5조1745억 원으로, 1개월 전(4조9199억 원) 대비 5.2% 상향 조정됐다. 또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222억 원으로 1개월 전(3015억 원) 대비 40.0% 증가했다.
특히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향후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론의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총은 955억 달러(약 124조4070억 원)으로 SK하이닉스와 격차가 약 22조 원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치가 커지며 지난 22일 7만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총 453조1060억 원을 기록하면서 아시아 증시 2위 자리에 올랐다. 같은 날 기존 2위였던 중국 최대 게임 기업 텐센트(2조6056억 홍콩달러, 약 434조5620억 원)를 제친 것이다.
다만 텐센트의 경우 중국의 게임 산업 규제에 따른 시총 증발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삼성전자 주가에 반영됐다는 진단 역시 힘을 얻고 있다. 업황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생성형 AI투자를 통한 업황 반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바닥을 찍고 내년부터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부터 D램 시장이 HBM·RDIMM(고용량 서버 모듈) 등 고부가 스페셜티 D램 중심으로 신규 증설이 예상돼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기대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특히 HBM 시장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이익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 가능성이 높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중심의 독과점 공급구조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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