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9년 만에 적자를 내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에 수신경쟁으로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이 취약해지면서 연체율도 크게 올랐다.

2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141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적자 96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453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이자비용이 급증한 탓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4분기 은행권 예금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으로 최대 연 6%대 고금리 특판상품을 판매하면서 이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2.1배나 늘었다.

   
▲ 사진=미디어펜


SBI·웰컴·OK·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 등 자산규모 상위 5개사의 3분기 이자수익은 1조18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7% 증가에 그쳤지만, 이자비용은 5329억원으로 79%나 증가했다.

채권과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예금으로만 수신고를 채우기 때문에 시중은행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은 금리를 제공해 수신을 유치한다.

이에 대출금리가 법정최고금리 20%에 묶인 저축은행은 예대금리차가 축소됐고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하반기 6.0%포인트에서 올해 상반기 4.7%포인트로 하락했다. 3분기에는 4.9%로 소폭 상승했다.

연체율도 6%대를 넘어서며 건전성에 적신호가 커졌다.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79개사의 연체율은 6.15%로 2분기(5.33%), 1분기(5.07%)보다 각각 0.82%포인트, 1.0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경기침체로 중소기업과 부동산 관련 기업의 채무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기업대출 연체율이 급등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분기 5.76%에서 3분기 7.09%로 1.3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은 5.12%에서 5.40%로 0.28%포인트 올랐다.

최근 위기설이 끊이질 않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도 지난 분기보다 0.95%포인트 오른 5.56%로 증권(13.85%)에 이어 2금융권에서 두 번째로 높다. 상위 5개사의 연체율은 6.92%에 전년 동기 대비 4.52%포인트 급등했다.

저축은행들은 실적 악화와 연체율 상승에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수신고는 줄어들었고 대출 영업도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모습이다.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날 기준 4.00%로 1년 사이 1.41%포인트나 낮아졌다.

수신잔액은 10월말 기준 115조23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 117조8504억원에서 한 달 새 2조6193억원 급감한 규모다. 지난 1월 120조7854억원과 비교해서는 5조5543억원 빠진 액수다.

같은 기간 여신 잔액은 10월말 107조381억원으로 전달 108조1741억원에서 한 달간 1조1360억원 줄어들었다. 지난 1월 115조6003억원 대비로는 8조5622억원 빠졌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등 경기침체의 영향과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의 필요성 증대 등으로 영업 여건이 단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의 유의미한 개선에 어려움이 예상되나 업계의 경영안정성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수신 안정화에 따른 지속적인 이자비용 감소를 기반으로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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