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지난 16일 광복70주년 기자회견에서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며 “남북 경제통합으로 국민소득 5만불 달성”을 주장한 것을 두고 어리둥절하다는 여론이 많다.

불과 며칠 전 북한 지뢰도발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주문하며 사건 다음날 통일부가 대북대화를 제의한 것을 비판했던 그가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밀어붙인 것에 모순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켜 ‘한반도의 기적’을 이루자”는 주장은 ‘박정희 향수’를 도용하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표가 대권행보를 시작하며 일자리 문제 등 남한 유권자들을 향해 표심을 호소했지만 북한에 대한 이해나 통일과정에 대한 고민없이 실현 불가능한 정치적 레토릭만 남발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2+2 회담’을 제안하자고 한 것은 노무현 정권 때 시행착오를 겪은 ‘동북아균형자론’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을 방증한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경제통일’을 차지 집권비전으로 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확성기에도 발끈하는 북한에 경제 개방하라?

문 대표가 광복70주년을 맞아 내놓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사실상 대권행보를 시작하는 경제통일 공약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런 만큼 “통일에 우선해 경제공동체부터 이루자”는 주장이 안고 있는 비현실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문 대표는 “북한과 경제공동체를 이뤄 국민소득 5만불을 달성하자”는 구상안을 내놓았다. “남북 간에 경제통합만 이뤄지더라도 경제성장률을 5%로 끌어올리고, 매년 5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북한이 주변국가들의 오랜 권유에도 불구하고 개혁개방을 안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간과한 것이다.

북한이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씨 일가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혁개방을 안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 당국이 ‘장마당’으로 불리는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하고 있는 이유도 당국이 소위 도매업자 격인 ‘돈주’들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외화를 거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정치적인 통일이 아니라 경제적인 통일이라고 해도 험난한 통일 과정이 있는 것인데, 문 대표는 그 부분도 간과했다.

그는 또 기자회견에서 “부산에서 시작하는 ‘환동해경제권’이나 목포와 여수에서 시작하는 ‘환황해경제권’ 등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이는 남북한이 정말 통일을 이룬 이후에도 수십년이 걸려야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표의 기자회견문에는 “부산에서 시작하는 환동해경제권은 북한의 동해안을 따라 올라간 뒤 중국과 러시아를 북방 트라이앵글로 잇고, 한 축으로 부산항과 나진-선봉항, 일본의 니카타항을 남방 트라이앵글로 연결하는 거대한 산업경제권입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문 대표는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 갈등을 겪고 있는 임금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마저 무시한 주장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지금 북한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무시하고 핵개발을 하기 위해 폐쇄적인 통치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그가 전혀 읽지 못하고 있거나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유일한 사례이지만 북한은 불과 2년여 전 일방적으로 수개월간 공단을 폐쇄한 사실이 있다. 문 대표는 개성공단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은 채 이번에 “개성공단에 대한 당초 2단계 250만평 확장을 넘어서 3단계 2000만평까지 확장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남북·북미 간 2+2 회담 제안, 국제관계 이해 부족

문 대표는 또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위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 문제 해결을 남에게 의존할 수도 없고, 의존해서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6자회담을 조속히 속개하기 위해 남북 간, 북미 간 2+2 회담을 제안한다. 대화를 이끄는 동력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 테이블에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가 미국에 대해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해가 없는 발언이다.

벌써부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연대 조짐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표의 이런 주장은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발표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정 원내대표는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식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즉각 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적극적 역할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원하면서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우고 있으며, 이는 남한 내 좌우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 대표는 남한 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빌미를 던졌다.

더구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한 것인 데도 문 대표는 “중국을 설득해 6자회담 재개의 환경을 마련해야 하고, 미국을 설득해 북미관계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 새누리당으로부터 “뜬구름 잡는 주장”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이번에 문 대표는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을 언급하면서도 “지난 5년 우리 발목을 스스로 잡아왔던 5.24조치를 해제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연평해전 직후에도 대북 퍼주기로 일관한 햇볕정책이 연상되는 대목으로 문 대표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제 통일 문제를 바라보는 여론은 “남한 내부에서부터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통일되지 못하고 정치인들이 북한 문제를 정치적 지렛대로만 활용해왔다”는 문제의식을 가질 만큼 성숙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문 대표의 경제통일 구상 발표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야당 대표로서 종합적인 여론에 귀 기울여보지 않고 얕은 목소리만 냈다”는 평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