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만 부풀리기 무리수…자진 철수로 정치행보 치명타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필두로 한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가 결국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 제기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국가정보원 측이 제시한 진상규명 방안을 모두 거부해 ‘해킹 정국’은 종식이 요원하다.

보안 전문가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17일부터 당내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으로 임명돼 국정원에 대한 의혹 제기, 4차례의 자료제출 요구와 검찰고발까지 진행하는 등 국정원을 집중 공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혹 대다수는 조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일부는 새로운 의혹을 낳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논란은 장기화 됐다. 일련의 의혹 제기에 소위 ‘결정적 한방’이 없었던 탓에 국민정보위의 활동은 점차 동력을 잃었다.

   
▲ 보안 전문가 출신인 안철수 새민련 의원은 지난달 17일 당내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국정원에 대한 의혹 제기, 4차례의 자료제출 요구와 함께 검찰고발까지 진행하는 등 국정원을 집중 공격해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사진=미디어펜

국민정보위는 국정원이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RCS)과 관련해 ‘해킹팀’ 사와 주고 받은 이메일 자료 분석도 대부분 마치고 지난 9일 전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일주일여 미루는 등 ‘한방’의 부재를 여전히 드러내고 있다.

16일 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새로 밝혀낸 사실관계는 RCS의 구성·작동방식 등 의혹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다. 위원회는 이번 주 정도로 활동을 정리, 향후 당 차원에서 국정원에 대한 검찰수사 촉구와 문제제기를 계속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의 이같은 행보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야당은 국회 여야 정보위원단의 국정원 현장방문은 물론 여야가 지난 6일 개최키로 합의한 국정원 기술간담회마저 자료제출 부실을 이유로 모두 거부했다.

아울러 여당이 앞서 정보위 현장방문을 위해 안 의원이 복지위에서 정보위로 사·보임하는 안을 제시한 것도 지금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야당이 추가 고발을 위한 증거나 정황조차 얻지 못한 상황을 자초한 가운데 국정원의 협력 없이 진상규명은 진척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정보위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국정원 통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토론회를 여는 등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국정원 제도개혁·국정조사로 화제를 돌리기도 해 ‘내국인 사찰 진상규명’이라는 논란의 본질과 더욱 멀어졋다.

그러면서 야당은 최근 박기춘 전 새민련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 내달 정기국회 국정감사 일정 등 협의의 전제 조건으로 여당에 국정원 국정감사를 요구해 이른바 ‘현안 끼워넣기’ 행태를 재연했다.

위원회 구성 논의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15일 “국민의 의혹이 한 점 남지 않도록 진상을 밝히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힌 김영록 수석대변인의 발언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은 지난 10일 안행위 전체회의에서도 숨진 국정원 직원 임모씨(45)의 사망 당일 수색작업 등과 관련해 경찰·소방 당국에 “국정원이 소방당국과 짜고 경찰을 따돌렸다”며 ‘의혹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 지도부로부터 국민정보위의 전권을 부여받은 안철수 의원에게로 계속된 ‘무리수’로 인한 책임론이 쏠리는 가운데 그는 승산 없는 전선에서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해킹 정국’은 과거 유력한 대선주자이자 당 대표까지 역임한 안철수 의원이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1년 만에 관련 전공자 출신으로서 재조명받는 기회가 됐지만 다시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해킹 정국의 중심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문재인 새민련 대표는 16일 광복 70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의 일환으로 집권비전을 제시하는 등 차기 대권의 ‘노림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