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하 기대감에 은행채 금리도 하락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중후반대로 내려왔다. 특판 및 이벤트성 상품을 제외하면 사실상 연 4%대 상품이 사라진 셈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은행채 금리에 직접적으로 반영되면서 예금금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판매 중인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불입, 우대금리 반영 기준)는 최고 연 3.70~3.90%를 기록하고 있다. 

   
▲ 최근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중후반대로 내려왔다./사진=김상문 기자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 등의 최고금리가 각각 연 3.70%에 그치고 있고,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3.75%를 기록 중이다. 신한은행의 '신한 My플러스 정기예금' 금리는 연 3.90%로 5대 은행 중 가장 금리가 높았다. 

지방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5대(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JB전북) 지방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최고 연 3.55~4.05%로 집계됐다. 

BNK부산은행의 'LIVE정기예금'이 연 3.70%, BNK경남은행의 'BNK더조은정기예금'이 연 3.55%(2년 불입 기준), 광주은행의 '스마트Dream정기예금'이 연 3.61%, JB전북은행의 'JB 주거래 예금'이 연 3.65%로 집계됐다.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은 연 4.05%로 가장 높았다. 

비대면을 무기로 오프라인 은행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터넷은행도 지난달부터 금리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를 소폭 인하해 연 3.80%로 공시했다. 케이뱅크도 금리를 인하하면서 대표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 금리가 연 3.90%로 조정됐다. 토스뱅크의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은 연 3.50%(만기 3·6개월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첫 거래 고객 및 이벤트성으로 우대혜택을 제공해 연 4%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여전히 상존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4%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들 은행은 지난달 3주차(18~22일)께 일제히 금리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일제히 내리는 건 예금 금리의 바로미터인 '금융채(은행채)' 금리가 최근 거듭 하락세를 보이는 까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연 5.50%)했는데,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하면서 국내 시장금리도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 금리는 지난달 29일 현재 연 3.714%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5월 16일 연 3.699% 이후 최저치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28일 연 4.028%를 기록한 이후 특별한 반등 없이 거듭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연중 최저 금리는 4월 14일 기록한 연 3.521%다. 

아울러 지난 2022년 10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태 이후 촉발된 은행권 수신 경쟁 당시 고금리로 예치한 정기예금 만기가 지난해 4분기(10∼12월) 대거 도래하면서 자금을 재예치하기 위한 은행권의 '반짝 금리 인상'도 지난달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예금 등 수신금리 인상이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금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동참 요구에 협조해야 한다는 점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최근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은행권 예금금리도 내리고 있다"며 "올 하반기께 금리인하가 현실화되면 예금 이탈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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