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이끈 개발연대 성공열쇠는 “정치의 경제화와 신상필벌”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폭넓은 학술활동을 통해 기업정책 및 경제발전 연구에 매진한 ‘기업경제’ 전문가다. 좌승희 석좌교수는 양극화와 저성장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답,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동반성장 기조를 회복시킬 방안에 대해 기존 주류경제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좌승희 석좌교수는 주류경제학이 놓쳐온 대한민국의 위대한 성장 업적을 삼위일체 경제발전론으로 재해석한다. 이와 더불어 좌승희 석좌교수는 오늘날 세계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고난도의 경제문제와 더불어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박정희 시대의 기업부국패러다임 속에 있음을 밝힌다.

주류경제학이 놓쳐온 이러한 기업경제 원리를 좌승희 교수는 ‘신경제학’이라 지칭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좌승희 석좌교수의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 찾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해당 글은 5절 중 2~3절이다. 원문의 출처는 한국경제학회 한국경제포럼이다.* [편집자주]

 

   
▲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 회장

[좌승희 신경제학②] 경제발전…‘차별화’ 동기부여로 가능

2. 신 경제발전정책 원리

이상의 삼위일체 경제발전론은 다음과 같은 경제발전정책에 대한 원리와 방향을 제시한다.

1) 정부 경제발전정책의 일반 원리: 발전 친화적 경제제도의 조건

오늘날 신제도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정부의 경제발전정책은 대부분 경제제도정책으로 해석한다. 국가의 법과 제도의 변화를 통해 국민들의 인센티브구조를 바꿔야 자연스럽게 큰 조정비용을 부담시킴이 없이 국민들의 경제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나아가 국민경제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삼위일체 발전론의 관점에서 정부의 경제제도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신 발전이론에 의하면 경제적 성과의 차이와 그에 따른 차등대접, 즉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기능을 인정하고 적극 수용하는 사회는 발전하고 이런 시장의 차별화기능을 억제하거나 부정하는 사회는 경제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컨대 시장은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하는 스스로 돕는 자를 항상 우대하려하는데 만일 정부가 역으로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열심히 노력하여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 비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더 우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정이나 지역사회나 조직이나 국가사회가 구성원들의 성과와 무관하게, 혹은 성과와 반대로 보상체계를 만들어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열심히 안하기 운동이 벌어질게 당연하지 않은가. 경제 내에 태업(사보타지)이 만연하게 될 것이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들에 대한 사회적 폄하가 일상화될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경제활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생기겠는가? 경제적 차별화에 역행하는 경제평등주의가 이념적으로든, 구체적인 경제제도로든 사회에 만연되면 그 사회의 경제적 역동성이 유지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 인류는 19세기 산업혁명과정에서 오늘날의 유한책임주식회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인 기업조직을 발명하였다. 이 조직이 지난 200여년의 세계경제의 산업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를 위시한 현대, LG, SK 등의 대기업집단이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중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경제발전을 위한 법과 제도정책은 스스로 도와 성공하는 경제주체들에게 적어도 인센티브가 되어야지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고안되어야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이 되는 사적재산권제도나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신장하는 경제제도는 바로 경제적 노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이 차등 결정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발전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정부의 다양한 산업이나 기업지원정책도 지원대상의 경제적 성과에 따라 차등 지원해야 기대하는 성장과 발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제도나 정부의 지원정책이 경제적 수월성, 즉 좋은 경제적 성과를 우대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야 성장과 발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에 경제평등주의, 즉 성과에 관계없이 경제적으로 평등한 결과를 추구하는 이념이나 제도, 정책은 발전 역행적이다. 이념도 중요한 비공식적 제도이다. 이 범주에는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 수정자본주의,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이념이나 제도, 정책들이 포함될 것이며, 특히 어떤 제도나 정책이든 경제적 결과의 평등을 위한 재분배를 용인하게 되면 발전역행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민주주의도 포퓰리즘으로 변질되어 평등주의정책을 추구하게 되면 발전 역행적이 된다.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도 그 기본정신이 성과나 수월성에 역행해서 소득과 부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발전 역행적이다.

한편 특정 이념이나 제도, 정책이 발전 친화적인지 여부의 판단도 그 제도나 이념이 차별화 원리를 수용할 수 있는 지 여부에 의해 판단할 수 있다. “차별화 원리와 합치(상충)되는 제도와 이념은 발전을 촉진(저해)할 수 있다.” 예컨데,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는 세계관은 발전친화적이지만 역으로 “흥하는 이웃이 있어 내가 망한다”는 칼 마르크스의 이념은 발전 역행적이다.

2) 경제발전정책과 사회정책의 서로 다른 의미

국가의 공공정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경제발전정책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정책이다. 우선 경제발전정책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거나 새로운 부를 창출하여 개인과 사회와 지역, 국가의 경제적 위상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으로서 바로 차별화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경제적으로 스스로 도와 성공하는 주체가 그 만큼 더 우대받도록 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통해 모든 주체들을 일으켜 세워 역동적인 경쟁체제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 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정주영 현대창업주, 이병철 삼성창업주, 박정희 대통령(왼쪽부터). 한국은 개발연대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과 아주 양호한 동반성장을 달성함으로써, 당대 최고의 동반성장을 실현하였다(World Bank, 1993).

한편 사회정책은 경제적 성과나 노력에 관계없이 국민들에게 평등하게 지원하는 무차별적 평등주의적 보조 및 지원정책이다. 사회정책의 지원 대상은 전 국민일 수도 있지만 특정 취약계층이나 낙후부문에 한정될 수도 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의 그늘진 부분을 배려하여야 하는 공동체적 요구에 부응한 국가의 불가피한 책무이다.

시장경쟁에서 탈락하는 경제주체들이나 아예 일할 능력이 없는 주체들을 보조하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경제적 차별화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정책이 발전의 역동성을 가져 오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최소한으로 특정계층의 삶을 보조하는 것으로 그 책무를 다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3) 인센티브가 차별화된 사회정책만이 지속가능

따라서 국가의 공공정책역할을 논의함에 있어서는 이 두 가지 정책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경제(발전)정책이라는 이름하에 사회정책원리를 쓰는 경우나 사회정책을 시행하면서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사회정책원리, 즉 성과에 관계 없이 평등주의 원칙하에 시행되는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이 경제발전을 촉진시키기는 어려운 것이다.

시장을 경제적 차별화장치로 해석하는 새로운 발전원리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서로 다른 의미와 기능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공공정책 논의의 차원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예컨대 보편적 무상, 재분배 복지정책을 좌파에서는 발전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우파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며, 끝없는 이념논쟁에 빠져있는데 새로운 발전원리의 입장에서 보면 여기서 문제의 본질은 이러한 정책이 전통적인 평등주의적 재분배정책에 머물러 있어 동기부여에 실패하고 있느냐, 아니면 성과에 따른 차별화적 인센티브요소를 담아 일할 동기를 살려내고 있느냐하는데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혹은 복지정책의 경우라도 일할 능력이 있는 주체들의 경우에는 스스로 도와 음지에서 양지로 탈출코자 노력하는 주체들을 더 우대하는 차별화원리가 적용된 정책으로 전환한다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친화적인 사회, 복지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차별화원리가 부재한 평등주의적 사회, 복지정책을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따라서 차별화원리에 의해 추진되어야 할 경제발전정책을 포함하여 국가의 공공정책 전반이 사회정책적 평등원리에 의해 압도되게 되면 경제전체의 발전역량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 공공정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정책은 물론 사회정책의 경우도 일할 능력이 있는 주체들의 경우는 스스로 도와 노력하고 정책이 지향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는 주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차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경제적 차별화가 경제발전정책의 성공은 물론 복지, 재분배 정책 등 모든 사회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다.

4) 경제평등주의 정책은 동반성장을 막고 경제하향평준화와 양극화를 초래

경제적 성과를 무시하고 평등하게 취급하는 경제운영체제, 즉 평등주의 정책체제는 시장에서나 기업 내에서나 열심히 노력하는 경제주체들을 역차별하고 노력하지 않는 주체들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우대함으로써 모두 태업에 나서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경제활동을 하향 평준화시키게 된다.
소위 경제양극화란 바로 이러한 경제하향평준화과정에서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계의 통설에 의하면 양극화의 원인은 세계화와 기술혁신의 진전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쟁력이 취약한 계층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기 때문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는 현상에 대한 피상적인 설명은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야기하게 된다. 개방과 기술혁신이 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과 발전의 촉매역할을 하는 요소라고 하는데 이것 자체가 양극화를 초래한다면 이는 자본주의시장경제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지난 200여 년간 세계 경제발전을 가능케 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칼 마르크스가 설파한 자본주의모순론과 이미 발전 역행적임이 들어난 사회주의 이념이 역시 옳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최근 자본주의 4.0이니 뭐니 하는 자본주의를 개혁해야한다는 인기영합적 주장들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그 동안 정부의 경제발전 기능에 대한 찬반논쟁은 많았으나 어느 쪽도 정부의 기능을 적절히 구명해내지 못했다. 정부는 항상 스스로 도와 흥하는 이웃이 되어 남에게 성공노하우를 전파하는 경제주체들을 우대해야한다. 이를 통해 다른 모든 이웃들에게 발전의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흥하는 이웃들을 양산하여 성공문화유전자가 전 경제에 전파되어 시너지창출이 원활해지고 경제가 창발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세계화와 기술혁신이 양극화의 원인이라는 해석은 피상적인 관찰에 불과하며, 그 근본원인은 선진국 민주주의의 경제평등주의이념에 따른 소위 노조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정책 때문에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증가되고 구조조정이 지연 되면서 선진국들이 후발공업국들에게 제조업경쟁력을 상실한 데에 있다고 봐야 옳다. 즉 선진국들의 저성장을 초래한 각종의 평등주의적 경제제도정책들이 바로 선진국 양극화의 원인인 것이다.

경제주체들이 세계화와 기술혁신이라는 새로운 변화와 가능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동기를 차단해온 반 차별화, 경제평등주의 정책이 바로 자본주의 동반성장메커니즘을 약화시킨 결과가 바로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끝없이 우수한 경제주체들을 우대함으로써 동기부여를 통해 동반성장을 이끌어내려 하는데 정부가 나서 경제적 성과가 우수한 경제주체를 상대적으로 폄하하여 모두를 태업에 나서게 하면 시장은 작동을 멈추고 경제는 하향평준화에 직면하게 되면서 양극화현상을 노정하게 되는 것이다. 4)

3. 개발연대 경제정책패러다임: 경제적 차별화와 “정치의 경제화” 5)

1) 개발연대 패러다임은 경제적 차별화를 통한 동기부여 전략

(1) 신상필벌의 원칙하에 자조하는 국민을 차별적으로 우대

개발연대 경제정책은 신상필벌의 원칙하에 성과가 우수한 경제주체를 더 우대하는 경제적 차별화를 통해 모두를 동기부여 하여 발전의 길로 나서게 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의 동반성장원리를 구현한 경제발전의 성공모델이다. 성과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지원하려는 표퓰리즘 민주정치의 유혹을 극복하여 시장과 마찬가지로 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전략을 고수함으로써 모든 국민을 발전의 길로 유도하였다.

새마을 운동, 중소기업육성정책, 수출지원정책, 중화학공업육성정책 등 주요 성공정책들이 다 성과에 기초한 차별적 지원으로 경제발전의 동기부여에 성공하였다. 이러한 차별적 지원제도를 통해 모두에게 자조정신(self-help), 하면 된다는 정신(can-do-spirit)을 창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초고속 동반성장의 한강의 기적은 경제적 차별화정책의 산물이다.

(2) 개발연대 경제적 차별화정책 사례들

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을 이끈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정책 사례는 다음과 같다.

① 혁명공약에 위배되는 세칭 부도덕한 탈세 기업가들을 앞세운 발전정책: 실사구시 이념의 실천사례 6)
② 수출 우수 기업만 지원한 수출 육성정책
③ 수출성과 우수 기업만 지원한 중소기업육성정책
④ 자본조달 능력 있는 기업만 참여시킨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⑤ 성과 있는 마을만 지원한 새마을 운동
⑥ 수출 성과 있는 공장만 지원한 새마을 공장육성정책
⑦ 성과 있는 원호대상자를 더 우대한 정책

2) 개발연대 패러다임은 차별화정책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정책의 성공모델

개발연대 패러다임을 대기업중심의 경제운영이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사실을 잘못보고 있는 관점이다. 사실은 중소기업육성중심의 경제운영을 통해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60-70 년대 한국에는 중소, 중견기업은 있었지만 오늘날과 같은 대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장성과가 우수한 중소기업을 우대하고 앞장세우는 경제적 차별화전략으로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였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 시장에서의 모든 거래는 거래대상 재화의 거래조건에 대한 쌍방 간의 자발적 합의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합의에 이르기 위한 협상과정이 수반되며, 거래대상 재화의 성격이 복잡해질수록 합의를 위해 많은 시간, 노력, 현금지출 등의 비용이 수반된다. 이를 일컬어 거래비용이라 한다./사진=연합뉴스

개발연대의 기업에 대한 경제적 차별화전략은 1) 성공하는 수출우수기업에만 재정금융지원 2) 우수기업에 부실기업인수기회제공 3) 수출성공기업에만 중화학공업진출기회부여 등을 통해 시장성과가 우수한 중소, 중견기업에 보다 유리한 성장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이 빠른 속도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3) “정치의 경제화”로 포퓰리즘정치의 경제정책왜곡을 차단

개발연대의 경제적 성공은 “정치를 경제화”하여 경제발전정책을 경제적 차별화원리에 따라 추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권위주의정치와 유신 등이 민주정치의 후퇴를 가져왔으나 바로 이를 통해 민주정치의 고질병인 경제적 평등을 추구하려는 발전 역행적 포퓰리즘 정치의 유혹을 극복하여 경제적 차별화전략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개발연대 패러다임의 주요 성공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박정희의 권위주의정치는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4) 개발연대 패러다임의 성공 결과와 이에 대한 그릇된 생각들

(1) 개발연대가 만들어낸 경제적 결과에 대한 오해

개발연대가 만들어낸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경제적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경제력집중: 소위 대기업에의 경제력 집중과 중소기업과의 불균형적 성장
② 산업과 지역 발전의 집적과 집중: 소위 지역 간 불균형적 발전

이러한 경제발전결과는 시장의 차별기능과 정부의 차별화전략의 결과로서, “우수한 경제주체에게 경제력과 자원의 집적과 집중 없이 경제발전은 불가능하다”는 경제발전원리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동시에 이를 통해 인류역사상 단기간 최고의 고성장과 분배개선과 부문 간 동반성장을 가져왔다. 이미 지적한 대로 세계은행(World Bank)은 개발연대 한국의 경제발전을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개선한 모범이라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국내외에서는 아직도 개발연대 패러다임의 진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 개발연대 성공에 대한 그릇된 생각

① 재벌을 만들어 내고 경제력 집중을 초래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② 지역 집중과 지역발전의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③ 중화학 공업화 전략은 실패한 정책이다.
④ 정치적 독재와 장기집권으로 이룬 성공이라 값어치가 없고 청산대상이다.

이러한 생각들은 경제발전의 원리에 대한 무지나 박정희 대통령의 권위주의 정치에 대한 비판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력집중이나 지역집중 없이 발전은 가능하지 않으며, 오늘날 한국경제는 중화학공업이 이끌고 있으니 중화학공업화 전략이 실패했다고 할 수는 없으며, 역사상 장기독재라고 다 경제성공을 이루지 못했으니 개발연대 경제성공을 독재 때문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은 1980년대부터 개발연대 패러다임을 청산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 한국경제학회 간, 한국경제포럼, 제8권 제2호, 2015년여름호

4) 이 절의 주장에 대한 상세논의는 졸고(2012a)를 참조하기바람. 필자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저성장과 양극화현상, 즉 동반성장메커니즘의 상실은 인기저술가들이 주장하듯 자본주의의 본질적 문제라기보다 사회민주주의체제의 만연 속에 등장한 평등주의정책 패러다임에 연유한다고 분석한다.

5) 이 장의 내용의 보다 상세한 논술에 대해서는 졸고(2014)나 졸저(2015a)를 참조하기 바람.

6) 5.16 혁명 후 부조리 일소차원에서 10여명의 상대적으로 큰 기업주들을 탈세혐의로 구속하였으나 당시 5.16 혁명을 이끈 박정희 장군은 소위 도덕적으로 부패하였지만 경제개발을 이끌 경영을 아는 기업인들은 이들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경제개발참여 후 추징한다는 조건으로 다 석방하였음. 이는 당시 부정부패일소라는 상위 혁명공약을 어기면서까지 민생고해결과 자주경제건설이라는 하위 공약을 우선한 셈인데, 흥미롭게도 흑묘백묘론으로 사회주의 이념논쟁을 돌파한 등소평의 실사구시적 접근과 유사하다. 이들이 그 후 전경련의 주 세력이 되어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