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화학업계를 비롯한 제조업계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지적돼온 화평법·화관법이 개정될 예정이다. 이 법은 광범위하게 적용돼 중소‧중견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됐으며, 이번 정부에서 주력 사업으로 점찍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9일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화학 물질 별로 까다로운 규제를 둬 물질 활용에 제약을 줬던 두 법이 바뀌면 중소 화학업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전반에 비효율을 걷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
|
▲ 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화학물질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화평법 개정안은 기업이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때 유해성 정보를 등록하는 기준을 현행 연간 100㎏에서 1톤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조·수입량이 많지 않아도 유해성 정보 등록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업무 차질을 빚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화관법 개정안은 화학물질의 위험도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화평법은 2013년 제정돼 2015년부터 적용됐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계기로 화학 물질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 대두되면서 제정됐다.
화관법은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유해 화학 물질의 취급 기준을 강화하는 법률이다. 법 시행 전보다 유해 물질 취급 공장이 충족해야 할 안전 기준이 79개에서 413개로 늘었다. 화관법에 따라 인체에 유해한 화학 물질 유출 사고를 내면 해당 사업장 매출의 최대 5%에 이르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두 법이 사업 운영에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해왔다. 해외에 비해 엄격하고 획일적인 화학물질 등록·관리 기준이어서 비용과 시간 부담이 경영 악화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재계는 꾸준히 화평법·화관법 개정을 요청해왔다.
특히 염료업 등을 하는 중소 화학 관련 제조업체들은 법 시행으로 운영난에 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대기업은 자본력과 큰 조직을 바탕으로 법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물질 등록 및 관리 절차를 어떻게든 이행할 수 있었지만 자금과 인력이 모두 부족한 영세 업체들은 해당 제도가 사업에 중대한 차질을 빚게 해왔다.
한 업체 사장은 "물질 하나를 등록하려면 대행을 통하면 3000만 원이 들고 시간도 소요된다"며 "합성 원료의 경우 성분이 복잡해 일일이 등록하려면 수 억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 같은 비판이 확산되고, 실제 일부 영세 업체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했지만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비자 피해를 우려한 나머지 두 법을 개정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이 화학물 관리 관련 법을 혁파 대상인 '킬러 규제'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개정을 추진해왔다.
재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상공회의는 "경제계는 정부의 '1호 킬러규제'인 화학규제 개혁을 위한 '화평법, 화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며 "이번 화평법·화관법 개정으로 신규화학물질 제조, 수입 시 등록 기준이 0.1t에서 1t으로 상향되었으며,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취급량에 따라 차등화된 관리체계를 적용하는 등 보다 합리적인 규제로의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정을 추진하는 만큼 해외 선진국처럼 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법 개정만으로 기업들이 화학규제 개혁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없는 만큼, 하위법령 및 고시 개정 등 조속한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화학물질 관리 역사가 긴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화학물질 등록을 정부가 일괄 관리하고, 기업은 정부의 요청으로 필요할 때만 보완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관리 책임을 기업에 넘기지 않으면 중복구매 등 비효율을 줄일뿐더러 기업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