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한반도 정세 열병식 참석 숙고해야…치밀·세련된 전략 필요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중국의 "항일 전쟁 및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전승절"에 박근혜 대통령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미국은 열병식 참석 불가 입장을, 중국은 미국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 세우면서 미국과 중국 양국 각각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참석이냐 불참이냐 이번 박 대통령의 행보가 곧 미국과 중국 중 한 쪽을 지지하는 모양새로 비쳐지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자국을 침략했던 국가의 열병식 참석은 안돼

반드시 박 대통령의 북경 방문과 열병식 참석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 자국을 침략했던 국가의 열병식에 군 최고 통수권자의 참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의 적국을 도와 침전해 압록강을 넘어 침략했고, 지금도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지배하려 들고 있는 국가가 행하는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소위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지금의 중국이 주도하는 열병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지도자들은 만약 방문 한다면 열병식 참석은 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시진핑 주석과 중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열병식에는 불참하고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방중하더라도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 때처럼 열병식에는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이웃을 유지하려면 참석하라는 압박

중국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특히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방문을 요청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를 통해 한중 양국이 우호적인 이웃이며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라는 점 등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할 합당한 이유는 매우 많다는 식으로 논평했다. 하지만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으니 참석을 환영하는 바" 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많은 중국 외교 채널들은 중국이 일제 식민지시대에 한국의 독립운동 근거지를 제공했고 이번 방문으로 북한 고위급 접촉도 가능하고 한국이 일본과의 역사문제에 갈등하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부드러우면서 강한 압박을 보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은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외교는 물론 경제까지 추가 대응 전략이 나와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 북한의 얽히고 설킨 한반도의 상황에서 한국은 치밀하고 세련된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일본은 물론 중국도 역사문제로 괴롭혀

경제와 일본과의 역사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중국이 과거 항일운동 활동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이 의아하다. 한국은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역사문제가 상당히 얽혀 있다. 지난 북한 침략 이후 서로가 총부리를 겨누며 피 흘리는 전쟁만 하지 않았지, 역사분야에서는 핵전쟁만큼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문제에 이어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까지 자국 교과서에 포함시켰다. 중국은 풍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하고 있다. 이 작업으로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한 후 북한에까지 영역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 측에서 올린 만리장성이 우리의 천리장성까지 연장한 지도를 인터넷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일본은 독도는 자기 땅, 임나일본부, 위안부 책임회피를, 중국은 동북공정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중국 동북공정의 큰 줄거리인 중국의 한사군(漢四郡)이 한반도 북부를 지배했고 일본이 한반도 남쪽을 통치했다는 임나일본부는 대한민국의 근본을 말살하겠다는 현대판 식민사관이 아닐 수 없다.

깜짝 위안화 쇼와 요동치는 한국증시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의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악재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글로벌 경제가 9월에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 회복을 위해 유동성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빨간등이 들어왔다.

지난 11일,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1.86% 전격 평가절하했다. 이후 사흘간 이어진 중국의 깜짝 위안화 쇼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세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번 중국 위안화 절하 영향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어느 국가의 금융시장보다 요란하게 요동쳤다. 위안화 쇼크라는 단어까지 나오면서 어렵게 돌파한 2,000선이 무너지고 1,900대 초반까지 내려 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심하게 변동하면서 급등락세를 보였다.

거기에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지표가 부진하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들이 올해 2분기에 0%대의 성장을 보이면서 유로존 전체 성장률을 0.3%로 전망하고 있다. 엔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일본도 2분기 경제성장률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러시아의 2분기 성장률은 -1.29%, 태국은 -6.44%, 홍콩과 대만도 2% 미만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후퇴하면서 정말 9월에 큰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한국의 해외자금 이탈 우려

2008년 말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0∼0.25%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 회복세를 바탕으로 금리 인상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위안화 쇼는 중국이 각종 부양정책에 경기가 미동도 하지 않으니 환율 카드를 제시했다는 분석이 우세적이다. 이 모든 것이 자국의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자국 중심의 타개책에서 비롯되었다. 거기에 중국발 경기 둔화가 글로벌 경제는 더 수렁으로 모는 것이다.

글로벌 위기설과 함께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비상이다. 하지만 이번 위안화 쇼에 한국 대응은 여전히 미흡했다. 처음에는 수출 호재라면서 반기듯 하더니 결국 대외위험으로 인식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경제의 취약성과 정부의 늑장이 갈 길 바쁜 한국 경제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되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그나마 한국에 모인 해외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지도 몰라 심히 걱정된다.

치밀하고 세련된 외교전략이 필요해

박 대통령이 방중과 관련해 어떤 행보를 하느냐에 외교는 물론 경제까지 추가 대응 전략이 나와야 할 것이다. 지난 중국이 역사문제와 경제분야에서 했던 행동을 보면 말과 행동이 다른 점이 많았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을 통해 무척이나 화려하고 강한 열병식을 거행할 것이다. 이것은 중국은 세계 중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통해 세계를 굴림하고자 할 것이다. 그 틈바구니에 낀 한국은 보다 치밀하고 세련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힘이 모인 지혜가 필요하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