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오지환(LG 트윈스)처럼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두고 미리 다년계약을 한 후 FA 신청을 하는 '꼼수'가 이제 통하지 않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1일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도입 등 현안들에 대해 논의해 제도 변경 등을 결정했다.

이사회 결과 결정된 사안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비(非)FA 다년계약 선수 관련 규정 신설이었다.

KBO는 "다년 계약 선수는 계약 기간 중 FA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고, 계약이 당해 연도에 종료될 예정인 선수에 한해 FA 자격을 승인하도록 개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오지환과 LG의 계약으로 드러난 문제점 때문에 만들어진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지환은 2023년 초 소속팀 LG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오지환은 2023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LG가 미리 2024년부터 2029년까지 6년 총액 124억원(보장액 10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팀의 핵심 선수를 FA가 되기 전에 미리 다년계약으로 묶어 잔류시키는 것은 흔히 있는 계약 방법이다.

하지만 2023시즌이 끝난 후 오지환은 FA 신청을 했다. 이는 시즌 후 진행된 2차드래프트에서 LG가 보호선수를 한 명이라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FA는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기 때문. LG는 2차 드래프트에 대비해 오지환과 다년계약을 하고도 KBO에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오지환은 FA 신청 자격을 유지했고, 시즌 후 6년 총액 124억원의 FA 계약을 정식으로 다시 체결했다.

이런 LG측의 꼼수에 다른 구단들이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고, KBO는 유사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을 한 것이다.

KBO는 "구단은 비FA 선수의 다년 계약 체결 시 언제든지 계약 승인 신청을 할 수 있고, 발표 다음 날까지 KBO에 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KBO는 다년 계약서를 제출 받은 다음 날 계약 사실을 공시한다. 기한 내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규약 제 176조[징계]를 준용, 계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간주해 상벌위원회에서 제재 심의를 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이사회에서는 구단이 아닌 감독의 판공비나 개인 사비로 선수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시리즈 MVP에 대한 구단의 별도 시상은 시즌 전 KBO에 운영계획서를 제출한 후 승인이 있을 경우 가능하도로 개정안에 반영했다.

이 역시 LG 염경엽 감독 때문에 생긴 규정이다. 염 감독은 지난 시즌 LG를 29년만에 통합 우승으로 이끈 뒤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활약을 한 선수를 자체 MVP로 선정해 개인적으로 포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포수 박동원과 투수 유영찬이 염 감독 선정 MVP로 뽑혀 각 1000만원씩 감독 포상을 받았다. 당초 염 감독은 1000만원을 500만원씩 나눠 두 선수에게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유영찬에게 몰아주자는 팀내 의견이 있은 후 아예 둘 다 1000만원씩 지급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다.

감독의 이런 기분내기 보너스 지급은 메리트 관련 시비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