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없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종합하여 입장을 말씀드리겠다." (대통령실 1월 9일 입장문)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여당과의 합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일명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향후 총선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관건은 '이태원 특별법'이라는 이슈가 총선까지 이어질지, 여야 양측 핵심 지지층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여부다. 이미 지난 2022년 10월말에 일어난 압사 사고인데다, 첫 1심 판결은 지난해 11월 29일 나왔다.
또다른 변수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시점'이다. 현재로선 거부권 행사 시점으로 유력한 것이 다음달 초 설 연휴 직전이다. 이태원 사고 유가족에 대한 동정 여론이 설 연휴 민심을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내놓은 입장에서 한치의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의 기류는 거부권 행사 가능성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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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부터 10.29 참사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하자는 '이태원 특별법'의 핵심 내용에 대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중재안에서 특조위의 특검 요구 권한을 삭제했지만, 특조위 설치라는 정략적 의도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비판이다.
이미 이태원 사고의 법적 책임을 놓고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특조위가 추가로 처벌할 책임자를 찾는 행위가 결국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권에서 나온다.
실제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특조위에 대해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이태원 특검"이라며 "이를 용납하는 것은 헌법 유린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국민의힘 사령탑인 한동훈 비대위원장 또한 "야당 주도의 특조위가 검찰 수준의 조사를 1년 반 동안 한다면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기소도 하지 못했다. 법조계는 총선이 열리는 4월 이후, 1심 선고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선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민주당이 단독 강행 처리하긴 했지만, 국회의장 중재안을 일부 받아들여 수정한 특별법이기 때문이다.
거부권 행사 빌미를 줄인 민주당의 정략적 공격에 윤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시간은 남아 있지만 결단은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