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개 권역 나눠 의원 평가...권역별 하위 10% 7명 공천 배제
하위 10~30% 18명 20% 감점...동일 지역 3선이상 최대 35% 감산
당내 반발보단 지켜보는 분위기..."물갈이 아닌 이기는 공천 중요"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4.10총선을 두 달 여 앞두고 '시스템 공천'을 천명했다. 밀실 공천, 담합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동일 지역 3선 이상의 경우 경선 점수를 최대 35%까지 감산 하기로 하면서 당 내 영남 중진들을 향한 물갈이 폭이 상당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6일 저녁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에서 첫 회의를 한 뒤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해 밀실 공천, 담합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라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 질서 있는 세대 교체를 구현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현역 의원은 세밀하게 교체 지수를 만들어 평가하겠다”라며 “경쟁력 있는 곳과 없는 곳으로 4개 권역을 나눠 운영하고, 권역별 하위 10%는 컷오프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역 의원의 경우 당무 감사 결과 30%, 공관위가 주관하는 컷오프 조사 결과 40%, 기여도 20%, 면접 10%를 반영해 세대 교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1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권역은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강남 3구 제외)·인천·경기·전북, 2권역은 대전·충북·충남,  3권역은 서울 송파·강원·부산·울산·경남, 4권역은 국민의힘 우세지역인 서울 강남·서초·대구·경북이다.  

국민의힘은 경선에서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과 충청·호남·제주에서는 국민 여론조사 80%, 당원 투표 20%로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나머지 지역은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 각각 50%씩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당헌당규 상 경선 방식은 '당원 50%, 국민 50%'이다. 

또, 현역 의원이면서 동일 지역 3선 이상의 경우 추가 페널티를 부여해 최대 경선에서 35%(하위 10~30% 20%+동일 지역구 15%)를 감산 하기로 했다. 이에 해당되는 의원은 총 22명으로 이 중 영남 의원은 12명에 달한다. 다만 공관위가 컷오프 비율을 줄인 탓에 현역 의원들이 반발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영남권 중진 의원은 17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예상했던 결과긴 하다. 정권초부터 영남권 중진 물갈이 해야 한다는 기류는 늘 흐르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다만 당에 대한 기여도라든가 도덕성 문제, 당무 감사 결과 등을 합하면 한 60%정도 되는데, 공관위에서 정말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공천 심사를 하는지 안 하는 지는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보통은 공천룰을 만드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공천과 관련해서 설왕설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하니까 기자회견도 하고 하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속전속결로 이뤄진 건 유감"이라며 "공관위원들이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영남권 중진 의원은 "뭐 일단 시스템 공천을 하게 되면 거기에 큰 불만을 없을 거다. 객관화 돼 있으니"라면서도 "중요한 건 영남권 중진 물갈이가 아니라 이기는 공천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리는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지난번 공천만 하더라도 아예 중진들 컷오프를 많이 했다. 이번엔 컷오프 안 하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본다"라며 "지역구 관리만 잘 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당원 투표 50%도 괜찮은 거다. 왜냐하면 3선 이상 했으면 당원들은 거의 자기 사람이다. 그러니까 당원 선거도 그렇고 여론조사에서도 자기 지역이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깨끗하고 유능하고 평판 좋다는 이 세 가지를 갖춘 인물을 공천하는 게 그게 좋은 공천 아니겠냐"라며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왕에 룰이 나왔으면 인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사람을 여러 가지 이상한 핑계로 컷오프시키지 말고 그대로 경선에 참여해서 이기는 사람을 밀어주는 게 이기는 공천"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의원(3선·경남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비대위가 불체포특권 폐지, 세비 반납, 귀책사유 시 재보궐 무공천, 국회의원 축소 등 정치 개혁 이슈를 선점하면서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라며 "당원과 주민의 뜻을 존중하는 ‘시스템 공천’도 옳은 방향이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으로 분란의 불씨를 없애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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