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금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미국은 물론 유럽 역시 인하 행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렇다고 저금리 시대로 당장 진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전망이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쪽으로 정리되고 있어 ‘중간 수준’의 금리가 꽤 길게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대비는 아직 미흡한 형편이다. 미디어펜은 앞으로 5회에 걸쳐 이른바 ‘중금리 시대’를 전망하며 업권별 상황과 재테크 전략 등을 탐색해 본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새해 벽두부터 국내 증시는 극심한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를 찾자면 많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격화, 10년물 국채금리 재상승,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과 예멘 반군세력 후티와의 갈등, 북한의 도발 등이다. 여러 악재들이 도미노처럼 쏟아지면서 새해 첫 거래일 장중 한때 2675.80까지 올랐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400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 달도 안 된 사이 10% 가까이 빠진 셈이다. 코스닥 역시 4% 안팎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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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악재들이 도미노처럼 쏟아지면서 새해 첫 거래일 장중 한때 2675.80까지 올랐던 코스피 지수는 현재 2400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사진=김상문 기자 |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나라 밖 증시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러 불확실성이 산재한 가운데 미국 증시 역시 하락하긴 했으나 나스닥 지수 낙폭은 1% 안팎, S&P500 지수는 그보다도 적은 0.6% 수준의 낙폭을 보였을 뿐이다. 일본 닛케이 지수의 경우는 1월 한 달에만 6% 넘게 오르며 30여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해외 증시 중에서도 단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 종목은 엔비디아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산업 부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엔비디아 실적에 대해서는 엄청난 기대감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작년 여름부터 주당 500달러 저항선을 뚫지 못하던 엔비디아 주가는 새해 들어서 강력한 상승세를 나타내며 현재 560달러선까지 질주한 상태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는 반도체 업황의 회복 속에서도 국내 증시가 활로를 뚫지 못하는 데에는 ‘중금리 시대’에 대한 복선이 깔려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가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확산하면서 국내 증시가 상승 에너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미 증시 흐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 흐름을 보면 다시금 4%대를 넘기면서 재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 수치는 작년 10월경 5%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긴장도를 높였지만, 작년 연말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최근엔 역으로 3.8% 수준까지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등락폭이 커진 상태였다.
한국과 미국 증시 흐름을 최근 들어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진 데에도 이와 같은 불확실성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급격하게 확산했다가 꺾이면서 이른바 ‘빅 머니’의 방향성도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간밤에 발표된 미국 12월 소매판매 현황 역시 이러한 관점을 뒷받침한다.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백화점‧의류‧이커머스‧자동차 판매 등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직은 시장의 활기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빨리 인하해야 할 유인도 그만큼 줄어들고, 시장이 기대하는 저금리 국면의 도래는 그만큼 늦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간밤의 결과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3월’로 기대하고 있던 시장의 관점을 또 한 번 후퇴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시장 일각에선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코로나19 당시와 같은 ‘슈퍼 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이 실제로 목도하는 금리인하 국면은 그보다 훨씬 불안정하고 위태로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새로이 경험하게 될 ‘중금리 시대’의 실체가 될 수 있다. 중금리 구간이 길게 지속된다면 계산식은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금리를 포함한 경제상황 전반에 대한 ‘새 판’을 짜야만 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강재현‧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증시 상황을 ‘진퇴양난’이라는 말로 정리하면서 “지난 17일 국내 증시 부진에는 중국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만, 이전 발표됐던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업 경기 센티가 악화된 영향도 분명 있었을 것”이라면서 “우리 시장은 결국 이익이 좋을 것 같은 환경이어야 증시가 오르는데 그 증거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국 소비지표는 좋았고 소비가 좋으니 금리인하 뷰가 뒤로 밀리면서 금리가 오른다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부담을 주식시장이 반영하게 됐다”고 최근의 상황을 정리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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