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중심의 교육 콘텐츠로 변화하겠다

22일 곽덕훈 EBS 사장은 ‘EBS 가을개편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혁명의 방송정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지상파 3사들이 디지털 혁명과 관련해 ‘HD급 화질와 음질 중심의 디지털 혁명’만 거론했다면, EBS는 곽 사장이 취임한 2년 동안 디지털 혁명을 위한 ‘나비로 변화’를 시도했고, 이제 그 변화의 날개짓이 시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곽 사장은 ‘변화’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구체적이고, 세계적이고, 실질적이고, 명확한 형체였다.

 

 

 

 

 

이제 교육은 세계적 틀에서 생각해야합니다.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EBS는 세계에 콘텐츠를 수출하고, 국내 학생들에게는 세계적 관점의 눈을 뜨게 해줄 것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10년 후 펼쳐질 그 세계를 준비할 교육을 제공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EBS는 변화했고, 오늘도 변화를 다짐했습니다. 얼마 전, 콜롬비아 교육부 장관과 MOU를 체결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의 60년 성장의 동력이 ‘교육’이라고 진단했고, EBS가 그 교육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들에게 EBS는 방송 플랫폼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제 EBS가 더욱 새롭게 변화하기 위해서 인사제도조직의 근본적 개편을 시도할 것이고, 자회사를 출범할 것입니다. 그리고 EBS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더욱 변화하겠습니다.

 

 

 

 

 

곽 사장은 “EBS가 제작하는 콘텐츠는 TV 제작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디지털의 혁명은 곧 웹으로 진화다. 웹으로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5분~10분 단위로 콘텐츠가 나눠져야 한다. EBS는 이러한 변화를 주도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 5분 단위로 10개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략을 이미 갖췄고, 그러한 방향으로 제작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로 하는 시청률 조사에 웹은 포함되지 않는다. 디지털 혁명은 웹을 말한다. 디지털 혁명이 시작하면 모든 것이 변화할 것이다. 아날로그식 방법은 사라져야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EBS는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보다는 ‘콘텐츠’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프로그램은 아날로그식 접근방법이라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방송사가 정해놓은 프로그램으로는 디지털 혁명에 적응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곽 사장은 “채널 넘버에 연연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시청자들은 채널에 끌려 다니지 않고, 원하는 콘텐츠 정보를 찾아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의 혁명이다. 시청자가 모든 결정권을 갖게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고 말했다.

◆외주 제작자들과 촬영 원본 공유하겠다

EBS의 변화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외주 제작업체와 공생관계를 선언한 것이다. 방송사 최초의 사건이다. 촬영 원본 및 2차 저작물 권리를 공유하는 획기적인 발상이다. 곽 사장은 “EBS는 기존의 수직적이고 배타적이었던 외주 제작사와 관계를 동반자 관계로 변화시키는 상생 협력 방안을 방송사 최초로 마련하여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면서 “외부 제작자는 촬영 원본을 가지고 제3의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비즈니즈까지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 디지털 혁명이 강조되다 보니, 도덕 윤리 문제가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붕괴되고 있는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EBS는 ‘엄마가 달라졌어요’, ‘남편이 달라졌어요’, ‘세대여행’, ‘아빠 놀아줘요’ 등과 같은 가정교육의 가치성을 회복하는 교육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한자는 왕따, 왜

EBS가 추구하는 교육 콘텐츠에서 ‘한문교육’은 없었다. 미디어펜이 그 이유를 물었다.

곽 사장은 “좋은 지적이다. 한자교육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청이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다. 지상파 TV에서는 제한된 시간으로 할 수 없지만, 한자교육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해서 웹을 기반으로 수요자들의 욕구를 만족하도록 하겠다.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있는 질문이다. 한자교육에 대해서는 특별히 검토해서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KBS가 할 일을 EBS가 하는 것

한 기자가 “KBS가 할 일을 EBS가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 세계를 향해 가다가 한국 시청자들을 놓치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곽 사장은 “2년 전 취임식 때 EBS는 방송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아날로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해야한다고 선언했고, 지금 그 방향을 향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EBS의 콘텐츠 방향은 교육이다. EBS는 다큐멘터리도 경치중심보다는 교육중심의 구성이다. 국내 시청자를 TV로만 국한하면 안 된다. 웹을 통해 수요자들과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필요한 콘텐츠를 제작해서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그러한 방송 환경을 제공하는 게 EBS의 목표다”고 답변했다.

곽 사장이 ‘디지털’에 대해서 확신있게 말하는 이유는 그 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30년 IT 전문가로 살아온 곽 사장은 “30년 동안 IT와 교육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만 연구했고, 수요자가 가장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평생을 보냈다. 디지털 혁명은 TV를 통해 화질 좋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대가 아니다. 시청자 접근방법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EBS는 그 변화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 이미 변화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도 달라져야해요

곽 사장은 ‘최태성 강사 보도’와 관련해 언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속에 담아놓는 듯 했다. 곽 사장은 ‘남편이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을 비유로 들면서 “이제는 ‘기자들도 달라졌어요’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변화해야한다. 구시대 아날로그 방식으로는 안 된다. 기자들도 현상만 쓰면 안 된다. 기자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어떤 사건을 접하면 그 원인을 규명하고, 현장을 취재하고, 방향을 설정하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기사를 써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자들도 공부해야한다. 기자들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곽 사장은 기자들에게 “사회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