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 결과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40.3%를 득표해 33.3%를 얻은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대만민중당 커원저 후보를 꺾고 제16대 총통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간 힘겨루기를 이어가던 와중에 치러져 ‘미중 대리전’이라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앞으로도 대만 정부가 반중·친미 기조를 유지할 것이므로 양안 갈등은 이어지게 됐다. 다만 선거 직후 라이 당선인이 밝힌 입장을 볼 때 현상유지의 기조가 강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변수가 되어 대만해협의 긴장수위가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전망이 나왔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 중화민국(대만)은 계속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면서도 “중화민국의 헌정체제에 따라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대만 독립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대등과 존엄이라는 전제 아래 봉쇄를 교류로 대신하고 대항을 대화로 바꾸겠다”고 말해 중국의 압박과 대결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선거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2개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은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미국은 대만과 고위급 상호 방문 및 대만에 8000만 달러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관계를 강화해왔다.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의 이우태 연구위원과 황태연 부연구위원이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바이든 정부는 공식 입장과 실질적인 정책을 달리하는 투트랙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새 민진당 정부와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대만의 독립 주장엔 반응하지 않고, 중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바이든 정부의 대중 및 양안 정책의 변수는 11월 미국 대선”이라며 “대중 강경책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유력해지고, 선거기간 중 중국이 대만에 압박을 심화할 경우 외교적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현상유지 정책 기조를 고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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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이 13일 타이베이 민진당사 밖에서 열린 선거 승리 집회에 러닝메이트 샤오메이친(오른쪽)과 함께 참석해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4.1.13./사진=대만의 중앙통신사(CNA, 中央通訊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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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바이든 정부가 지금보다 중국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갈등 수위는 최고조로 높아질 것”이라면서 “실제로 중국은 차이잉원 총통보다 강경한 대만 독립주의자인 라이 당선자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서 총통선거일까지도 군사적 압박을 가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의 대만 압박 양상에 대해선 “대만의 친중세력과 민간에 대해선 회유정책을 쓰면서도 대만해협 중간선 부근에서 군사활동을 정례화해서 상시적으로 진행하고, 경제적 압박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복합적인 압박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 압박을 구체적으로 예상해보면 “정찰풍선 등 다양한 정찰 활동을 벌이고,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기반한 군사훈련도 구체화해서 해상봉쇄작전을 비롯한 육해공 합동 상륙작전 등 대규모전을 가장한 훈련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적인 압박과 관련해선 “중국 상무부가 1월 1일자로 중국과 대만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ECFA)에 따른 대만산 12개 품목에 대한 감세 조치를 중단한데 이어 지난 9일 농수산물, 기계, 자동차 부품, 섬유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조치를 고려한다고 발표한 것을 실행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두 사람은 “아울러 지난 선거 때 라이 당선자가 답변을 회피했던 중국이 주도하는 RCEP 참여를 놓고 압박과 회유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도 존재한다”면서 “한편으론 대만 독립여론을 억제하기 위해 교류 방안을 제시하면서 회유·유화정책을 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두 사람은 양안 갈등이 한반도에 미칠 군사적·경제적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할 경우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군사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중국도 북한이 공세적으로 군사활동을 하도록 용인할 수 있어서 위기가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90% 이상이 말라카해협을 거쳐 대만 동부해역을 통해 들어오고, 전체 해상 운송량의 약 33% 정도가 대만해협 또는 그 인근을 통과하는 상화이므로 대만해협 위기 때 우리가 입을 타격이 크므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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