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군당국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한 '48시간 최후통첩' 이후 예상되는 다양한 추가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해 이를 저지하는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22일 오후 5시까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으면 강력한 군사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한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관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통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심리전 수단 격파사격 위한 군사적 행동 ▲남측의 대응을 진압하기 군사작전을 예고해 놓고 있다.

특히 북한은 남측의 대응을 진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이 임명되어 전선으로 급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타격에는 대전차 미사일 RPG-7, 러시아제 AT-4 대전차 유도탄 등이 동원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AT 계열의 대전차 유도탄은 차량에서 발사하기 때문에 '도발 원점'을 파악할 수 있지만, RPG-7은 휴대용이어서 발사하고 도주하면 원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폭풍군단(11군단)과 총참모부 작전국, 정찰총국 저격여단 소속 특수전 요원들이 RPG-7을 발사하고 도주하면 즉각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군 당국은 북한이 남측의 대응을 진압하는 군사작전을 위한 지휘관들을 서·중·동부전선으로 급파했다는 북한의 주장에 주목하고 있다.

총정치국 소속 정치지도원들이 지휘관을 감시하고 작전에 개입하는 북한군대 특성상 정치지도원을 급파한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으나 군 당국은 실제 작전지휘 경험이 풍부한 군사 지휘관들이 파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의 핵심부서인 작전국에는 전선군단 담당(3처), 저격 및 경보(특수전) 담당처(5처)가 있다. 5처는 육·해·공 저격여단, 항공육전여단 등을 관할하고 있다.

일명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부대인 11군단 정예요원들이 파견될 가능성이 예상해 볼 수 있다. 11군단 예하 5만여명과 정찰총국 예하 1만여명 등 6만여명의 경보병 요원들은 '인간 병기'로 불리며 특수작전을 전문으로 한다.

이와 관련,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非) 경제분야 정책질의에서 북한이 최후통첩 시점으로 제시한 22일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군사적 행동을 묻는 말에 "11개 지역에서 북한의 확성기 방송 시설에 대해 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과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의 추가도발이 전면전 개시로까지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정은이 지난 2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까지 긴급 소집한 만큼 분명히 도발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전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도발이 제한적 수준의 저강도 도발로 예상되나 전면전을 감행하는 수준의 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이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정면 충돌로까지 도발 수준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정부 당국자는 "재래식 전력에서는 남한에 밀리는 것이 분명하고 지나치게 확전되는 상황은 북한에도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라면서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한 지점에서 갑작스럽게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도 이런 관측과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성동격서 차원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기 어려운 도시테러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측은 치고 빠지는 식의 교묘한 무력 도발을 일삼아 왔고,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그런 경향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우리 군이 적시에 강도 높은 보복을 하기 어렵고, 한국 사회 내부의 남남갈등 유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대북 심리전에 사용되는 우리 측 확성기를 노려 제한적 수준의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3년 3월 주요 방송사와 은행, 카드사 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된 3·20 전산대란 등 사이버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문제 관련 한 전문가는 "우리 군의 방비가 느슨해지는 시점을 노리거나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도발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