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강제한 파시즘' 제도, 실효성 논란에 이제야 종료 수순
3건 모두 총선 후 법 개정 필수…정부·지자체·여야 책임 밝혀야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시작한지 10~12년만에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대형마트 강제 휴무, 단말기유통법(단통법), 도서정가제가 이목을 끌고 있다. 실효성 논란이 커짐에 따른 필연적인 결말이다.

우선 지난 22일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정부는 주말에도 쉽게 장을 볼 수 있도록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폐기하고 나섰다.

또한 대도시 및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새벽 배송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대형마트 영업 제한시간을 풀고 온라인 배송까지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필요 없게 만들어 국민이 스마트폰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 자체를 박탈시켜,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킨 단통법 또한 마찬가지다. 공식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서점이 이용자에게 서적을 정가의 15% 이내로 할인해서 판매하도록 강제하는 도서정가제 또한 향후 적용하지 않고, 할인율을 15%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문제는 잘못된 정책 시행에 따른 책임을 누가 지느냐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는 지난 2012년 3월 전주시의회가 조례로 제정해 4월부터 전주 지역 대형마트 6곳에서 시행한 후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였다.

당시 시행에 앞장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이를 뒷받침한 여야 국회, 각지 재래시장 표심만을 생각해 지난 12년간 방치한 역대 대통령들의 책임이다.

평일 쇼핑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등을 중심으로 국민적 불편이 증대했고, 골목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기존 취지에도 부합하지 못했다. 지금은 오히려 대형마트 프랜차이즈가 쿠팡 등 온라인쇼핑몰의 득세와 맞물려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형마트 강제 휴무의 실패는 시장의 변화에 정부 정책,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증거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DB


단통법의 경우,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여야가 합의해 만든 법안이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여야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원래 단통법은 일부 이용자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되던 보조금을 모두가 차별 없이 받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렇게 '평등'을 강제한 규제가 오히려 가입자 유치를 위한 시장경쟁을 저하시켰고, 국민의 스마트폰 구매 비용을 늘어나게 했다.

도서정가제도 단통법과 똑같다. 정가의 15%까지만 할인해서 판매할 수 있고 그 이상 할인하면 위법이다. 소비자 편익에는 관심 없고,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을 필요없게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규제다.

지난 2014년 여야 합의로 개정한 후 3년마다 타당성 검토를 해왔다는 점에서, 도서정가제의 책임은 여야 국회가 져야 한다.

이 세 가지 제도 개선 모두 법안 개정이 필수적이다. 이번에 정부가 개선하자는 깃발을 높이 들었지만, 결국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 최종 책임은 여야에게 달린 것이다.

평등을 강제한 규제가 시장을 왜곡시키고 소비자들의 자유를 빼앗았다. 위정자들의 잘못된 포퓰리즘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다시는 반복해선 안 될 파시즘(국가주의·전체주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