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권사 CEO 모인 자리서 나란히 '업계 비판'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당국 수장들이 증권업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부동산 중심 영업행태’에 대한 강력한 비판 메시지를 내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실패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우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4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증권업계에 대해 "PF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해주기 바란다"면서 "일부 회사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PF는 일부 금융사나 건설사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감내하고, 기존에 말한 것보다 훨씬 엄청나게 강도 높게 정리를 진행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새살이 돋으려면 굳은살을 벗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5~10% 정도인 PF 시행사의 총사업자금 대비 자기자본비율 상향조정과 관련해서도 이 원장은 "100%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책임이 될 수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 개발 시행을 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은 이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등 유관기관과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DB금융투자,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10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증시 수요기반 유지·확충을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강화 등 세제개편과 함께, 소액주주 권익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한 자사주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해가겠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자사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소통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혁신기업과 국민자산형성 지원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는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로 성장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여전히 위택매매·부동산 중심의 영업행태를 보이며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 기능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비판했다.

금융 수장들이 같은 날 연이어 비판적인 메시지를 송출한 상황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그간 금융투자업계의 금융사고 방지 노력이 내부규정·전산시스템과 같은 하드웨어에 치중하고, 임직원의 관행 혁신이 수반된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노력에는 이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지난해 발생한 불공정 거래 행위와 임직원의 사익추구 등 불법 일탈행위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현실과 수요에 부합하는 내부 통제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시장의 최일선에서 관련 징후를 빠르고 정확히 포착하고, 유관기관의 불공정거래 관리체계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난해 '라덕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체계 고도화 방안을 마련했고, 감시인력이나 조직도 대폭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뒤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증권사들은 안심하고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ISA 제도 개선에 발맞춰 신규 고객에 대한 수수료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추진하겠다고 알렸다.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품판매 관련 심의·사후관리 강화 등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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