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오류·시공 상태 미흡'에도 중구청 사용승인
쌍용건설·미래토건·중구청, 설계 책임 '나 몰라라'
입주 후 6개월 '주차대란'…"믿는 도끼 발등 찍혀"
공유 실외기실 문제 등 부실시공 논란을 빚었던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오피스텔 소유주 및 입주민들이 우여곡절 끝에 입주했다. 하지만 '하자의 늪'에 빠졌다. 각종 하자와 잘못된 설계로 인한 불편사항은 여전하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을 비롯해 승인 주체인 중구청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 로또인 줄 알았던 오피스텔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부실시공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편집자주]

['하자 병동'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下]쌍용건설 믿었는데…책임 회피 '급급'

   
▲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시공사 쌍용건설과 주택브랜드 '쌍용 더 플래티넘'을 믿고 분양받았는데 발등 찍혔네요. 수분양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차라리 그때 사용승인이 나지 않았다면 계약 해지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난 19일 찾은 서울 중구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오피스텔. 인근에서 만난 입주민 A씨는 시공사인 쌍용건설과 하자 등에 대한 하소연을 이어갔다.

쌍용건설에 따르면 현재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은 전체 576실 중 560실 이상 입주가 이뤄진 상태다.

대다수 가구가 입주했지만 각종 하자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누수로 인해 출입문 앞 중앙광장에 커다란 고드름이 만들어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의 사용승인일은 지난해 7월 28일이다. 사용승인은 건축주가 건축물의 건축공사를 완료한 후 준공을 위해 허가권자에게 신청하는 절차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은 사용승인 당일 오후까지도 허가를 받지 못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오히려 사용승인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수분양자들이 적잖았다는 점이다.

A씨는 "당시 준공 상태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실외기실 논란을 비롯해 각종 하자 등 문제가 심각해 대다수 수분양자들은 사용승인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로 사용승인 기한 당일 오후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아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커졌다"고 말했다.

아파트 표준분양계약서에 의하면 입주자모집공고문에서 정한 입주예정일에서 3개월이 초과할 경우 수분양자는 사업주체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입주자모집공고문에 명시된 입주예정월은 지난해 4월이었다. 7월 28일 사용승인이 나지 않았을 경우 입주예정일에서 3개월이 초과해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 해지를 기대했던 수분양자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당일 업무시간이 지난 늦은 저녁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에 대한 사용승인이 났고 수분양자들의 계약 해지도 불가능해졌다.

A씨는 "수분양자들은 기존 하자를 비롯해 사전점검 부실 등 문제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 및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엉망인 쌍용건설의 시공 상태를 비롯해 엉성한 중구청의 관리·감독까지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용승인 기한 마지막 날 늦은 저녁 사용승인이 떨어진 데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공유 실외기실 문제 등 각종 하자 사항에 대한 쌍용건설 측 조치가 미흡했음에도 불구하고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이 시공사 편의를 봐줘 사용승인을 내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A씨는 "(공유 실외기실 문제 관련해) 아연강판으로 된 이중 잠금장치를 시공하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근본적으로 설계가 잘못된 문제를 임시방편적인 조치로 해결됐다고 간주하고, 업무시간이 지난 늦은 저녁에 승인을 내줬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구청은 사용승인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민원 처리의 경우 신청 시점에 따라 마감기한이 달라질 수 있다"며 "사용승인도 일종의 민원으로 업무시간 이후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원인 제공자' 있는데 '책임자' 없다?…수분양자 한숨만

설계 변경 등으로 인해 공사비가 증가하면서 쌍용건설이 이를 충당하기 위해 미흡한 시공 상태에도 무리하게 입주를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쌍용건설과 시행사인 미래토건은 공사비 증액에 대한 책임 주체를 놓고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미래토건 관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는 여름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든 상황의 근본적 원인인 설계 문제에 대해서는 쌍용건설과 미래토건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글자가 빼곡한 입주자모집공고문 한 켠에 명시했다는 설명뿐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와 설계사가 마련한 설계도안을 기준으로 시공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미래토건 관계자도 "(공유 실외기실의 경우)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다. 입주자모집공고문이나 분양 계약서상에는 공용으로 사용한다는 문구를 기재했다"고 밝혔다.

시공사부터 시행사, 지자체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입주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입주민 B씨는 "장기적으로 보고 설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도 모자랄 판에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임시 조치에 불과한 해결책을 내놓은 만큼 마땅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각종 이슈와 하자로 세입자들은 전·월세 계약을 기피하고, 집값까지 내려가며 집주인들은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쌍용건설 측은 가능한 조치를 모두 취했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중 잠금장치 시공 등이) 최선의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건물을 허물고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실외기실 공유 등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지했고 견본주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고 반박했다.

   
▲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주차장 입구./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주차대란 예고?…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에 애꿎은 입주민 피해

가구수 대비 턱없이 부족한 주차공간도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후회하는 이유 중 하나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의 총 주차대수는 295대로, 가구당 0.5대 수준이다. 전기차 충전구역·장애인 주차구역 등을 제외하면 실질 주차대수는 더 줄어든다.

게다가 전체 주차대수 중 53.6%에 해당하는 158대가 기계식 주차장으로 조성됐는데, 해당 주차장은 지난주에서야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입주 후 무려 6개월 가까이 '주차대란'을 경험해야 했다.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입주민 B씨는 "애당초 0.5대 수준으로 계획된 설계가 승인을 받아 시공까지 이뤄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아무리 오피스텔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최소한 가구당 1대까지는 주차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쌍용건설과 중구청은 주차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건물이 소형 평수 위주다 보니 설계나 법정 기준에서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계식 주차장이 시범 운영을 통해 본격 가동되면 주차공간도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차장법 시행령에서는 주택건설기준에 따라 오피스텔 주차대수를 산정하게 돼 있고 이에 어긋나지 않아 준공승인이 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주택과 일반 건물에 적용되는 기준이 같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주민들의 편의성 제고는 배제된 채 원칙에만 입각한 설계 및 시공·승인 절차에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 입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방건설이 공급한 아파트 '인천검단신도시 디에트르 더 에듀'의 경우 법정 주차대수는 1.3대임에도 불구하고 입주민 편의를 고려해 가구당 2.1대를 확보한 바 있다.

B씨는 "마음 같아서는 구청에 고소장을 날리고 싶다"며 "수분양자들은 지자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계약을 진행하는데 입주민들의 피해가 뻔히 예상됨에도 법적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인을 내준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중구청은 추가 불편사항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체 등에 권고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니라고 밝혔다. 중구청 관계자는 "법에서 정하지 않는 것까지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국 잘못된 설계와 하자로 인한 피해 감당은 고스란히 입주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B씨는 "마치 분양 사기를 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며 "무려 3억 원에 달하는 오피스텔을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은 마피를 걱정하고, 임차인들은 하자 등에 대한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