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가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앞두고 뭔가 선택을 해야 하는 듯한 입장에 놓여 있다. 조 최종 순위에 따라 16강전에서 만날 상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말레이시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 경기 결과와 또 다른 E조 3차전 요르단-바레인전 결과에 따라 1위 또는 2위가 될 수 있고 심지어 3위도 가능하다. 한국은 1, 2위는 물론 3위를 해도 16강 진출은 이미 확정돼 있는 상태이며, 다만 16강전을 비롯한 향후 토너먼트 상대가 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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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왼쪽)이 말레이시아전을 앞두고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페널티킥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공식 SNS |
2차전까지 E조 순위는 1위 요르단, 2위 한국(이상 승점 4, 골 득실차), 3위 바레인(승점 3), 4위 말레이시아(승점 5)다.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꺾고 요르단이 바레인에 지거나 비기면 한국이 조 1위로 올라선다. 한국과 요르단이 나란히 이기더라도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대승을 거둬 골 득실차에서 요르단을 제치면 1위가 될 수 있다. 가능성이 별로 없긴 하지만 한국이 말레이시아에 패하고, 요르단도 바레인에 패할 경우 한국이 조 3위로 떨어진다.
현재로서는 한국의 순위보다는 16강전 상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64년만에 우승을 목표로 한 한국이 정상으로 가려면 토너먼트 첫 판부터 순조로운 승리를 거둬야 하기 때문에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
한국이 E조 1위를 하면 16강에서 바로 D조 2위 일본을 만난다. 대회 전부터 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일본은 역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지난해부터 A매치에서 강팀들을 연파하는 등 승승장구해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런 일본이기에 당연히 조 1위를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복병 이라크에 1-2로 패하는 바람에 조 2위로 밀려났다. 16강전에서의 한-일전, 사실상 결승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한국이 조 2위를 하면 F조 1위를 상대하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하다. 사우디 역시 중동의 강호로 우승 후보에 들 만한 팀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보다는 덜 껄끄러울 수 있다.
만약 한국이 3위를 하면 16강에서 A조 1위 또는 D조 1위와 맞붙게 된다. A조 1위는 카타르, D조 1위는 이라크다. 한국의 3위는 그 자체로 굴욕이 되겠지만 16강 상대가 될 팀들은 일본이나 사우디와 비교하면 객관적으로는 더 편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이렇게 많은 선택지 앞에 놓여 있는 듯해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았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일본이든 사우디든 피하고 싶은 팀은 하나도 없다"면서 "오직 말레이시아전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를 팀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어차피 우승으로 향하려면 가장 강력한 상대라도 언젠가는 만나 꺾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런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물론 한국은 상대적 약체 말레이시아를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이기는 경기를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은 있다. 무엇보다 부상과 경고 관리가 우선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아직 완전체 전력을 못 꾸리고 있다. 대회 개막전 황희찬과 김진수가 부상을 당해 1, 2차전에 내리 결장했다. 주전 골키퍼 김승규가 2차전을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소집해제됐고, 이기제는 2차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말레이시아전에 나서지 못한다. 김태환도 2차전서 부상을 입어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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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전을 하루 앞두고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김진수, 황희찬, 조규성(왼쪽부터). 김진수와 황희찬은 부상으로 1, 2차전을 결장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공식 SNS |
황희찬과 김진수가 거의 회복됐고, 김태환도 경기 출전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앞으로 계속되는 토너먼트를 감안하면 추가 부상자 발생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경고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은 1차전 바레인전에서 중국인 마닝 주심이 경고를 남발해 5명(박용우 김민재 이기제 손흥민 조규성)이나 경고를 받았고, 2차전 요르단전에서도 황인범과 오현규가 옐로카드를 받아 총 7명이 경고를 안고 있다. 이들 중 말레이시아전에서 경고를 받기라도 하면 경고 누적으로 16강전을 못 뛴다. 적어도 이들은 절대 경고를 받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부분적인 로테이션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술적으로는 말레이시아전을 통해 수비 불안을 해소하고 골 결정력을 가다듬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바레인전 1실점, 요르단전 2실점하며 2경기에서 3실점이나 했다. 토너먼트에서 강팀들을 만날수록 안정된 수비가 필요한데 그동안은 너무 쉽게 골을 내줬다.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요르단전에서 여러번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던 조규성이나, 아직 골맛을 못보고 있는 손흥민이 말레이시아전을 통해 득점 감각도 살려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1, 2차전에서 부상 당한 골키퍼 김승규를 조현우로 대체한 외에는 똑 같은 선발 명단을 내놓았다. 이번 말레이시아전에서는 어떤 선수들을 기용해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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