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과잉의 긍정적 측면 살려야

언론사들의 하루 기사 생산량은 얼마나 될까 포털사이트 다음기준으로 2만개를 훌쩍 넘는다. 1달이면 60만개, 1년이면 700만개 기사가 생산된다는 뜻이다. 24일 조선일보는 36면으로 발행됐다. 1면에 보통 기사 꼭지는 3~4개다. 대략 120개의 기사로 구성되어 있다. 가판에 깔려있는 신문들만 대략 20개 정도, 지면으로 생산하는 하루 기사 총량은 2500개로 추산된다. 무가지 5개를 포함하면 4000개로 계산된다. 나머지 1만6000개 기사는 인터넷으로 쏟아지는 기사들이다.

조선닷컴에 올라온 23일자 조선일보 기사 총량은 1200개가 넘는다. 지면 신문 10개 분량이 인터넷으로 쏟아지는 것이다. 기사 중간 중간에 조사해보면 연합뉴스 기사가 섞여있기도 하다.

23일자 연합뉴스에 등록된 공식적 보도자료는 240개다. 23일자 연합뉴스에 올라온 총량은 1200개이다. 보통 연합뉴스의 기사는 인터넷 매체들과 기사제휴를 맺고 있어서, 1200개 기사들이 재가공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신문들 10개가 연합뉴스 및 보도자료를 재가공하면, 1만5000개의 기사가 생성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잉기사 문제있다.

한 인터넷 신문은 “연합뉴스의 보도자료를 기사에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기사의 질도 필요하지만, 양도 중요하기 때문에 올릴 수 밖에 없다. 연합뉴스의 기사일 경우에는 ‘연합뉴스’를 표시하고, 바로 인터넷판에 올린다”고 설명했다.

EBS 최태성 강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기사가 나오자, 몇몇 언론들이 인터넷판에 연관 기사를 올렸다. 이후 최태성 강사가 반박자료를 배포했고, 미디어오늘과 기사협회보 및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매체들이 최태성 강사의 입장을 보도했다. 8월 12일 이후 최태성 강사에 대한 인터넷 기사는 거의 없다. 오마이뉴스는 ‘매일경제, 데일리NK, 세계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을 지적하면서 “조선일보 기사를 확인도 하지 않고, 사실로 받아들여 받아쓰기를 했다”고 비판했다. 기사 제목은 엉터리 <조선> 보도 받아쓰는 한심한 언론들이었다. 뉴스 과잉 생산으로 인한 또 하나의 피해 사례인 셈이다.

◆기사과잉의 긍정적 측면 살려야

서강대 언론대학원 김균 교수는 “기사 과잉 시대에 대해서는 양면성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한다. 부정적 측면으로는 너무 많은 기사가 나오는 것으로 무책임한 기사는 근절해야하는 것이고, 긍정적 측면으로는 제도권에서 다루지 못한 비제도권들의 다양한 목소리들, 일상의 의미있는 사건들이 기사로 나오는 다양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저널리즘 현상에 대해서 흑백의 논리로 비판하기 보다는, 긍정적 측면으로 다양한 주체와 의미있는 기사거리가 표출되고 있는 측면과 함께, 각각의 언론 매채가 책임있는 기사를 쓰고, 자율적 정화 과정을 거치는 언론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사 과잉 시대에 기사 읽기 방법에 대해서도 김 교수가 언급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방송과 신문에서 나오는 기사라고 해서 믿을 만한가.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면, 그렇지 않다. 그들도 편향적이고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사를 쓴다”면서 “제도권 언론이 비교적 공신력이 있다는 차원에서 독자 스스로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간지 신문에 나왔다고 해서 그것이 절대 사실은 아니다. 일류 방송이 어떤 사실의 유일한 지침서는 아니다. 독자 스스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판별하는 능력을 갖춰야한다. 중요한 것은 기사 과잉의 시대라는 비판적 목소리로 제도권이 담아내지 못한 ‘새롭고 다양한 목소리들’에 대해 철퇴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언론의 사명은 자유와 독립이다”면서 “언론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사명을 갖고 있다.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 뿐만 아니라 경제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도 중요하다. 권력의 감시는 곧 약자를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언론은 제대로 못하는 면도 많다. 언론 스스로 언론에게 질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