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플라스틱 배출기업 조사보고서 발표
식품 포장재, 전체 배출량 중 78.3%…생수 및 음료류 최다
"정부·기업, 일회용 플라스틱 단계적 퇴출 구체적 목표 제시해야"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한 사람이 일주일간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약 41.3개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와 기업 모두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는 등 플라스틱 단계적 퇴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발생량./사진=그린피스


그린피스는 최근 발간한 플라스틱 배출기업 조사보고서 '우리는 일회용을 마신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 2020년부터 기업당 플라스틱 생산 수와 판매 수를 파악하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조사하는 플콕(플라스틱 콕 집어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23~29일 7일간 참가자가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입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총 2084명의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조사 참여기간 일주일 동안 2084명이 응답한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은 총 8만6055개로, 1인당 일주일간 약 41.3개의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품 포장재로 쓰인 일회용 플라스틱은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 중 78.3%로 집계됐다. 

지난 4년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량 중 식품 포장재 차지 비율은 2020년 71.8%, 2021년 78.1%, 2022년 73.2%, 2023년 78.3%로, 평균 75% 이상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배출량의 세부 분류를 살펴보면 생수를 포함한 음료류 포장재가 전체 플라스틱 배출량의 37.6%로 가장 높았으며, 과자와 사탕 등을 포장하는 간식류 포장재 15.3%, 즉석밥과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류 14.3%가 뒤를 이어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 중 음료류는 2020년 25%, 2021년 32.5%, 2022년 51.3%, 2023년 37.6% 등 지난 4년간 조사 결과에서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 발생량 중 식품제조사 비율./사진=그린피스


이번 조사에서 집계된 제조사는 총 4524개로 나타났다. 모든 제조사 중 상위 10개 식품 제조사가 발생시키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배출량 기준 총 8만6055개 중 1만9032개였다. 이는 전체 제조사의 0.22%에 불과한 10곳의 제조사가 전체 플라스틱의 약 22.1%에 달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생산 및 유통한 셈이다. 특히 롯데칠성의 경우, 지난 조사에서도 연이어 1위를 차지했으며, 2·3위 기업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배출량을 보였다.

그린피스는 "이들 기업이 플라스틱 대량 소비와 일회용 문화를 유지하고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시민의 꾸준한 변화의 요구에도 기업은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에서 발생한 플라스틱의 재질 분류./사진=그린피스


전체 일회용 플라스틱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재질 중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단일 재질 및 구조 플라스틱 비율은 52.2%(PET 27.8%, PP 10.5%, PS 1.8%, HDPE 10.1%, LDPE 1.9%)로 절반가량에 불과했는데, 이마저도 재활용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린피스와 충남대학교 장용철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물질 재활용률은 전체 플라스틱의 약 27%를 차지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활계 폐기물 물질 재활용률은 약 16.4%였다. 2017년 생활계 폐기물 물질 재활용률 13%에서 3%p 증가한 수치지만, 생활계 폐기물 발생량은 298만 톤에서 2021년 468만 톤으로 약 57% 증가했다. 

   
▲ 식품 포장재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제품군별 발생량./사진=그린피스


전체 발생한 일회용 플라스틱 78%를 넘게 차지한 식품 포장재 중 '생수 및 음료류'가 48.1%(3만2373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과자·간식류' 19.6%(1만3194개)와 '가정간편식류' 14.3%(9639개)가 뒤를 이었다. 

생수 및 음료류의 주요 5개 제조사 중 탄소중립을 위해 실질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내용을 공개한 제조사는 5곳 중 2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업별 공식자료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 2040년, 글로벌코카콜라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수립했다. 이 외 3개 제조사는 탄소 감축에 대한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들 제조사의 플라스틱 감축 선언과 계획을 살펴본 결과, 글로벌코카콜라만 리필 및 재사용 확대를 기반으로 한 목표인 '2025년 25% 이상을 재사용가능한 용기에 판매' 목표를 설정했고, 나머지 기업들은 플라스틱 감축에 대한 구체적이고 궁극적 해결책 기반의 목표 설정이 거의 부재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모두 공개하고 있는 기업은 생수 및 음료류 5개 제조사 중 롯데칠성음료와 글로벌코카콜라 2곳뿐이었다.

김나라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플라스틱 생산단계에서의 절감과 일회용 플라스틱의 단계적 퇴출"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와 규제가 강력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또한 잘못된 방식에 집중하며 궁극적인 해결책을 위한 노력에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은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의 실제 사용량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제품 경량화나 바이오 플라스틱이 아닌 재사용과 리필을 기반으로 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도입·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또한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 75% 절감 등 구체적 목표와 재사용 기반 솔루션을 포함하는 강력한 국제플라스틱 협약에 동의 및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며 "2030년까지 재사용 목표를 50%로 설정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