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총선 선거제 개편에 장고를 이어감에 따라 야권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우리 정치의 폐해로 지적받는 양당체제를 견고히 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정치권에서 반발이 거세진 탓이다.
원내 제1정당으로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총선이 70여 일 남은 상황에도 선거제 개편에 대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앞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당론으로 택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고자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또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지도부의 요청으로 선거제와 관련된 안건이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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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총선 선거제 개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함에 따라 야권이 분열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는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할 이재명 당대표가 판단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회귀가 현실적이지만,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대선공약을 파기했다는 비판과 선거제 퇴행 야합을 이뤘다는 지적이 거세질 수밖에 없어 숙고에 들어간 탓이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병립형 회귀에 대한 사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총선은 여유 부리며 의석을 나눠주는 자선사업이 아니다”면서 병립형 회귀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를 시사하자 민주당 내부는 물론 진보 정당에서도 강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금지를 촉구하던 이탄희 의원 등은 26일 연명서를 통해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촉구하면서 선거제 퇴행을 강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병립형 퇴행은 윤석열 심판에 대한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 악수”라며 “비례 몇 석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을 막아야 한다”면서 “지역구 민주당, 비례 연합으로 연동형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명서에는 친명계와 비명계 구분 없이 민주당 의원 8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현역의원 절반 이상이 민주당이 대선공약을 파기할 경우 총선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란 우려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진보정당에서도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자당 승리만을 위해 야권 연합을 포기하고 정치 퇴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요구해왔던 용혜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는 26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자당의 승리가 선거제 개혁에 중요한 원칙이라는 낯 뜨거운 주장이 주요 정치인들로부터 반복되지 않나”라며 “당리당략만 남아버린 원칙 없는 주장”이라면서 “자당의 승리를 위해 만들어진 선거제도를 어느 누가 공정하다고 말하겠느냐”고 민주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이어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진보4당(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생당)과 기자회견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촛불’의 노력으로 이뤄졌음을 언급하며 “촛불을 배신하려고 하는 것은 민주당”이라면서 “총선 직전 5석, 10석을 더 얻겠다고 병립형으로 회귀 또는 위성정당을 재창당하겠다는 정치 놀음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실리와 명분에 대한 고민으로 선거제 개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탓에, 민주당 내부는 물론 야권 전체의 분열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