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IA 타이거즈 큰 혼란에 빠졌다.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전격 계약 해지됐다. 스프링캠프가 곧 시작되고 시즌 준비를 한창 해야 하는 시기에 사령탑 자리가 공석이 된 KIA는 새 감독 선임이 시급해졌다.

KIA 타이거즈는 29일 김종국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이날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 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김종국 감독은 구단 후원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불거졌던 장정석 전 KIA 단장의 뒷돈 수수 의혹을 조사하던 검찰이 그 과정에서 김 감독과 관련된 혐의를 발견하고 장 전 단장과 함께 김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김 감독과 장 전 단장은 3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으며, 구속 여부가 결정난다.

김 감독의 혐의는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가리게 되겠지만, 이미 김 감독을 해임한 KIA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IA 선수단은 30일 호주로 출국해 캔버라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그런데 훈련을 총괄 지휘할 감독이 없는 상황이 됐다.

KIA 구단은 진갑용 수석코치에게 당분간 스프링캠프 지휘를 맡기기로 했고,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올 시즌 코칭스태프 구성을 마친 KIA가 차기 사령탑으로 누구를 선임할 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기적으로 볼 때는 외부 영입보다는 내부 승격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단과 선수단 사정을 잘 아는 지도자가 팀을 맡아야 빠르게 사태 수습을 하고 선수들을 동요 없이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필요도 있다. 사정이 급하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6위의 성적에 그치고 정상권에서 멀어져 있는 KIA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나름 알차게 전력 보강을 하면서 2024시즌을 맞을 준비를 해왔다. KIA가 올 시즌 상위권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에 '강한 팀'을 만들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외부 영입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타이거즈의 레전드인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도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이종범 코치는 현역 시절 타이거즈의 스타 중 스타였다. 2012년 KIA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2013년부터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걸어왔는데, 지도자로는 KIA와 아직 연결된 적이 없다. 한화 이글스 코치를 시작으로 해설위원을 거쳐 2019시즌부터 LG에서 코치로 일해왔다. 2군(퓨처스) 감독도 지냈고, 2023시즌에는 1루 작전코치를 맡아 LG가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데 힘을 보탰다.

현재 이종범 코치는 '무적'이다. 지난 시즌 후 LG를 떠났다. 아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로 진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했기 때문에 미국으로 코치 연수를 떠나 지도자 공부를 더 하면서 아들 뒷바라지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KIA에 갑작스럽게 감독 공석 사태가 벌어졌고, 신임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연히 KIA 팬들의 많은 시선이 이종범 코치에게로 쏠린다. '언젠가는 이종범이 KIA 감독을 맡지 않겠느냐'는 팬들의 기대감은 늘 있어왔고, 공교롭게도 이종범 코치가 소속팀 없이 재야로 나간 시점에서 KIA가 새 감독을 급히 구하게 됐다.

아직은 가능성일 뿐이지만 '이종범 KIA 감독'은 좋은 그림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종범 코치가 KIA를 떠난 지 12년이나 돼 구단 사정에 썩 밝지는 않기 때문에 선수단 파악 등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할 사항이기도 하다.

KIA 구단이 어떤 선택을 할 지, 뜻밖의 위기에 빠진 KIA를 누가 지휘봉을 잡고 이끌지, 2024시즌을 앞둔 KBO리그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