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변동폭 확대 이후 '단타대회' 양상 반복…IPO 문턱부터 높여야
   
▲ 경제부 이원우 차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이 먼저 나서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을 위한 화두를 던지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가운 일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공매도 전면금지의 경우 개미들의 고통에 당국도 주목하고 있다는 사인만큼은 확실하게 줬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매도 관련 문제 -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이슈가 완벽하게 해소될 때까지 전면금지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의지까지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취지나 방향성을 쉽게 알기 힘든 제도 역시 공존한다. 신규상장(IPO)한 종목의 경우 공모가 기준 60%~400% 수준에서 주가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제도의 도입이 예고된 것은 2022년 12월로, 취지는 IPO의 ‘건전성’을 제고시킨다는 목적이었다. 

작년 6월26일 시행 이후 7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정말로 IPO 시장이 건전해지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 주가 변동폭이 극단적으로 커진 데다 상장 당일엔 변동성완화장치(VI)마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신규상장이 있을 때마다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단타대회’ 양상이 반복된다. 대어급 종목이 상장을 하는 날이면 그날 수급을 IPO 종목이 빨아들이는 왜곡 현상도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신규상장 종목의 경우 해당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얼마나 전망이 좋은지는 점점 중요하지 않아지고 있다. 오로지 유통가능 물량을 비롯한 종목의 ‘크기’만이 유일한 변수다.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단타세력이 붙기가 쉽고, 그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때 주가 흐름은 주식보다는 알트코인과 유사해진다.

   
▲ 작년 6월 이후 신규상장(IPO) 제도가 개편됐지만, 정말로 IPO 시장이 건전해지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사진=김상문 기자

최근 신규상장한 종목 중에서 독보적으로 가벼웠던 우진엔텍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24일 상장한 이 종목은 상장과 동시에 공모가 대비 400%가 오르더니 2일차까지 상한가를 기록했다. 3일차인 지난 26일 시초가도 상한가에서 시작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주가가 계속 내렸다.

결국 3만58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만7000원 주변을 맴돌고 있다. 고점에서 잡았다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작년 여름 이후 상장되고 있는 거의 모든 종목들의 흐름이 이런 식이다. 일련의 과정에 상장 당일 주가변동폭 확대가 어떤 ‘건전성 제고효과’를 줬을지는 의문스럽다. 

이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부한다면, 결국엔 너무 많은 종목들이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되고 있다는 문제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단순히 상장기업의 숫자가 많아진다는 것만으로 주식시장에서 건전한 경쟁이 유발되고 자정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IPO의 문턱 기준을 너무 낮게 잡으면 시장 자체의 건전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로 유명한 이브로드캐스팅의 경우 NH스팩25호와의 합병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인지도가 높은 편이지만 문제는 이들이 스스로의 기업가치를 2441억원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경제TV나 YTN보다도 높은 수준이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식의 사례들은 시장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잔뜩 부풀려진 채 일단 상장부터 시키고, 개미들의 고통을 갈아 넣어서 '적정가격'을 찾도록 하는 게 건전한 시장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정부‧당국의 강력한 의지와는 별도로 IPO 시장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사례들이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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