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가 대한민국의 아시안컵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캡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소' 황희찬(울버햄튼)이 극적인 동점골과 연장 역전골을 모두 합작해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끝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전반 42분 호주의 크레이그 굿윈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리드를 빼앗겼다. 후반 막판까지도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아 계속 끌려갔고, 후반 추가시간 7분도 거의 끝나가 한국의 탈락이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한국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계속 몰아붙이던 중 손흥민이 문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던 중 루이스 밀러에게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파울과 함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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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
그동안 대표팀의 페널티킥 키커는 주로 손흥민이 맡아왔다. 가장 책임감 강하고 믿음직한 슈팅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페널티킥을 얻어낸 손흥민이 아닌, 황희찬이 키커로 나섰다.
절호의 동점 기회이긴 했지만 남은 시간이 1분여밖에 안되기 때문에 페널티킥을 실축이라도 하면 한국은 바로 패배와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웬만한 강심장이라도 떨릴 만한 순간이었지만 황희찬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고, 과감하게 강한 슛을 왼쪽으로 찼다. 호주 골키퍼 매슈 라이언이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렸지만 볼이 워낙 빠르고 강해 막을 수가 없었다.
경기 후 황희찬은 자신이 직접 캡틴 손흥민에게 페널티킥을 차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황희찬의 이런 자신감에 바로 키커를 맡겼던 것. 그리고 황희찬은 멋지게 골을 성공시켰다.
황희찬의 극적인 동점골로 한국은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한국의 역전골은 프리킥에 의해 뽑아냈다. 연장 전반 12분 황희찬이 특유의 저돌적 돌파로 상대 진영을 파고들던 중 파울을 유도했다. 페널티박스 바로 바깥쪽이어서 프리킥이 선언됐다. 상당히 좋은 위치에서 얻어낸 찬스에서 이번에는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다.
손흥민은 수비 벽을 살짝 넘기는 강한 감아차기 슛을 시도했고, 볼은 기가 막히게 호주 골문 좌측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손흥민의 완벽한 킥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역전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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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이 역전골을 성공시킨 뒤 황희찬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SNS |
손흥민은 이날 경기도 연장까지 풀타임을 뛰었다. 조별리그부터 5경기 연속 풀타임을 뛰었는데, 앞선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그리고 이날 호주전은 모두 연장 혈전이었다. 더군다나 호주전까지 휴식일이 이틀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뛰고 또 뛰었고, 주장으로 선수들을 다독이고, 상대 선수와 충돌이라도 생기거나 판정 시비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달려갔다.
역전골을 넣은 후 연장 후반 손흥민은 결정적인 단독 찬스에서 슛이 빗나가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평소의 손흥민이라면 놓칠 리 없는 찬스에서 마무리가 아쉬웠다. 하지만 손흥민의 몸 상태나 체력을 고려하면 그 시간대에 전력질주해 찬스를 만든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보통 정신력이 아니었다.
황희찬은 이날 호주전이 첫 선발 출전이었다.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해 조별리그 1, 2차전을 결장했던 황희찬은 몸이 아직 완전치 않은데도 3차전 말레이시아전과 16강 사우디전에 교체로 나섰다. 그리고 호주전에는 선발로 나서 연장 전반까지 뛰었다.
황희찬의 교체는 부상 때문이었는데, 호주의 에이든 오닐에게 발목을 밟혔다. 이 때 오닐은 퇴장을 당했다. 호주가 연장 후반 만회할 힘을 잃은 것은 선수 한 명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린 영향이 컸다. 황희찬은 교체되면서도 한국이 리드를 지킬 수 있는 결정적 한 건을 해낸 셈이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EPL 12골로 득점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황희찬은 10골로 공동 6위에 랭크돼 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리그 득점 톱10 안에 나란히 든 손흥민과 황희찬이다. 이날 호주전에서 둘은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한국의 극적인 4강 진출을 합작해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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