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더 이상 지휘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뜻을 모으고 대한축구협회(KFA)에 경질을 건의하기로 했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력강화위)는 1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과를 놓고 종합적인 논의를 한 끝에 클린스만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
|
|
▲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화상으로 참여한 클린스만 감독. 전력강화위에서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더팩트 제공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결단이 남아 있지만, 지난해 2월 한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경질될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
전력강화위 회의가 끝난 후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전력강화위의 판단이 있었다. 감독 교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브리핑했다.
이날 전력강화위에는 마이클 뮐러 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인 정재권 한양대 감독, 곽효범 인하대 교수, 김현태 대전하나시티즌 전력강화실장, 김영근 경남FC 스카우트, 송주희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감독이 참석했다. 위원 중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최윤겸 충북청주FC 감독은 팀 일정 때문에 화상으로 참여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클린스만 감독도 화상으로 함께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주 카타르에서 끝난 아시안컵에서 4강까지 올랐으나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역대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는 대표팀이 목표로 한 64년만에 우승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도 커 감독 경질에 대한 여론이 거셌다.
|
|
|
▲ 클린스만 감독 거취 문제를 다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클린스만 감독이 화상으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진=더팩트 제공 |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경기가 있을 때 외에는 거의 대부분 해외에 머물러 지도 스타일에 대한 불만이 게속 쌓여왔다. 아시안컵에서는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경기 운영이나 선수 기용에서 지도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대회 후 선수단 내 선수들 사이 불화가 있었으며, 주장 손흥민(토트넘)과 막내급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준결승 전날 몸싸움을 벌이는 물리적 충돌까지 있었던 사실이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단을 관리하고 통제할 능력도 없었다는 점이 추가로 드러나 여론이 더욱 악화되면서 감독 경질은 불가피해졌다.
황보관 본부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한 전력강화위 분위기도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황보관 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과 관련해 4강전에서 두 번째 만난 요르단임에도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또 재임 기간 중 선수 선발과 관련해 감독이 직접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선수단 관리에 대해서는 내부 갈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지도자로 팀의 규율과 기준을 제시하는 점에서 부족했음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내 체류 기간이 적은 근무 태도와 관련해서도 '국민들을 무시하는 것 같다',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간 대표팀 감독은 (경기) 내용과 결과가 이슈가 됐는데, 근무 태도가 이슈가 되는 것은 더 이상 안 된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전력강화위의 핵심 논의 대상이었던 클린스만 감독 거취에 대해 황보관 본부장은 "감독 거취와 관련해 이런 이유들로 클린스만 감독이 더 이상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교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의견이 전반적으로 모아졌다"면서 "이런 내용과 결론을 (축구)협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
|
▲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이 전력강화위원회를 마친 후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
한편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클린스만 감독은 준결승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선수단 내 불화를 꼽으면서도 자신의 '전술 부재'는 인정하지 않았다.
황보관 본부장은 "클린스만 감독이 (손흥민과 이강인 등) 선수단 내 불화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면서 "위원들이 '전술 부재'를 중점적으로 얘기했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그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감독이 실패한 대회 결과를 선수들 탓으로 돌리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발언이다.
이제 클린스만 감독 경질 문제는 전력강화위의 건의를 받은 축구협회 집행부의 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사실상 정몽규 회장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당장 3월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이 재개되기 때문에 감독을 경질하더라도 새 감독 선임 등 시급한 현안들이 많다.
황보관 본부장은 "전력강화위에서도 이런 내용을 다뤘다. 감독 거취를 보고한 이후 내용(감독 교체 결정)이 나오면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축구대표팀은 태국과 3월 21일, 26일 홈과 원정으로 월드컵 2차예선을 갖는다. 다음 대표팀 소집까지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새 감독 선임 작업이 늦어지면 임시 감독 체제로 태국전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