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서울 광진구에 사는 A씨는 월세 계약 종료를 앞두고 아파트로 전셋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근에는 좀처럼 매물이 없는 데다 간신히 찾았다 해도 보증금이 예상보다 비쌌다. 발을 동동 구르다 어쩔 수 없이 시댁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 중인 B씨는 인근의 더 넓은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전세보증금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는 이야기에 이사를 포기하고 지금 사는 곳에 2년 더 머물기로 했다. 공인중개사가 "주변 아파트 보증금 가격이 지난해 이맘때 대비 수천만 원 올랐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
|
|
▲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전세매물은 줄어들면서 전세시장이 불안한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서울 내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서울은 올해 입주물량이 부족한 데다 봄 이사철까지 다가오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심화될까 우려되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5% 상승, 지난해 5월 넷째 주를 시작으로 3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누적 상승률로 따지면 4.20% 오른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 이유에는 빌라 등 다세주택이나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로 인해 임차인들이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도 중요한 요인이다. 아무리 실수요자라도 오를 것 같지 않는 집은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매매가격은 하락하는데 전세가격은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53.7%로 5개월째 증가세다. 이는 지난해 1월 54.7%를 기록한 이래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매물도 줄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3500여건이다. 1년 전 5만2000여건 대비 약 34%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군을 갈아타기 위한 봄 이사철이 다가오는데다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까지 예상되고 있다. 입주 초기에 전세물량이 쏟아지면 전셋값이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1000여 가구다. 전년 3만2000대비 2만 가구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세매물과 입주물량은 줄었는데 여러 요인으로 전세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당분간 서울 전세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불안함이 이어질지언정 '전세대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전 지역이 전세난에 시달릴 상황은 아니다. 당분간 지역간 양극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과 이달 입주물량이 많았던 강동구는 최근 3주 연속 전셋값이 하락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심각성이 커지기 전에 정부가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임대차 시장은 표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전세물량 확대를 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