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침체 위기로 최근 현지 지방은행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해외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 국내 주요 금융사들도 손실 우려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투자금이 총 2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1조원 이상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기준 국내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20조 3868억원(782건)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그룹이 해외 현지에 자체 투자한 것으로, 고객에게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등과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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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 침체 위기로 최근 현지 지방은행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해외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 국내 주요 금융사들도 손실 우려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투자금이 총 2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1조원 이상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투자원금은 하나금융이 6조 2458억원(255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KB금융 5조 6533억원(173건), 신한금융 3조 9990억원(182건), 농협금융 2조 3496억원(68건), 우리금융 2조 1391억원(104건) 순이었다. 특히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의 55.9%에 달하는 약 11조 4000억원은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업권별 익스포저는 5대 금융그룹 계열 은행이 7조 533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증권사 3조 5839억원, 생명보험사 2조 7674억원, 손해보험사 1조 6870억원 등의 순이었다.
대출 채권을 제외한 수익증권과 펀드 등에 투입된 원금은 10조 4446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투입원금의 평가가치가 9조 3444억원에 불과해 장부상 '손실'은 약 1조 1002억원, 평가수익률은 -10.53%로 추정된다. 하나금융이 -12.22%로 가장 저조했고, KB금융 -11.07%, 농협금융 -10.73% 등도 손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5대 금융그룹의 투자원금의 상당수가 북미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원금을 전부 잃은 수준으로 투자에 실패한 사례는 대부분 미국에 집중됐다.
이는 최근 미국 CRE를 비롯 해외 부동산 가격이 급락한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뉴욕의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은행(NYCB)은 지난달 31일 실적발표에서 'CRE 리스크'를 언급하며, △4사분기 순손실 전환 △대손충당금 대규모 적립 △배당금 삭감 등을 발표했다.
이에 당일 주가는 38%나 급락했고, 주요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피치(Fitch)는 지난 2일 'BBB'에서 'BBB-'로, 무디스(Moody’s)는 6일 'Baa3'에서 'Ba2'로 각각 강등했다.
다만 CRE 리스크가 대규모 시스템 리스크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금융경영브리프에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일부 소형은행들이 위기를 겪을 수 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며 "상업용 부동산 관련 상품의 증권화 정도가 금융위기에 비해 낮으며, 은행권 리스크 전이가 심화될 경우 BTFP(3월 종료 예정) 연장 운영 등 연준의 정책 여력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의 추가 가격 조정 시 CRE 대출 비중이 높은 취약은행을 중심으로 잠재 부실이 일시에 부각될 리스크는 존재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국내 금융사도 CRE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공격적 해외투자를 감행했던 증권사·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미 상업용 부동산 관련 평가손실 반영 및 충당금 적립 등 CRE 익스포져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들은 자산 부실화 리스크 점검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해 개별 투자내역별로 밀착 점검하는 한편, 손실흡수능력 확충 유도 등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의 손실 및 부실(우려) 자산 발생시 보고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관심회사를 선정해 신규투자 및 손실 자산 현황을 밀착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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